보스턴 기록: 미국 의료보험 혜택의 시작 PCP

2018. 10. 23. 05:39BOSTON + CAMBRIDGE/생활탐방 기록



미국 의료보험 혜택의 시작


PCP 만나기




미국에서 안아픈게 최고라는 생각에 비싼 의료보험을 내면서 혜택은 한 번도 받지 못했다. 그러다가 몇 몇 분을 만나면서 무료로 건강검진해주는 것도 있으니깐 PCP는 꼭 만나서 혜택을 받으라는 조언을 들었다.

우리는 남편 학교 보험을 같이 들어 MIT Traditional Health Plan에 가입된 상태이다. MIT 의료보험은 Blue Cross이다.

PCP는 Primary Care Provider의 약자이다. 꼭 의사만 있는건 아니고, Nurse Practitioner라는 약간 생소한 개념의 간호사분들도 있다. 이 간호사분들은 간호사와 의사 중간의 개념이라고 한다. 그리고 PCP는 그 이름대로 일차적인 검사나 건강에 관해서 이야기할 수 있고, 만약 특별하게 전문의를 만나야 할 경우 referral을 써주니 괜한 걱정은 안해도 된다.

나는 전에 도서관에서 갑자기 아픈 적이 있어 urgent care를 받은 적이 있는데 그때 만난 의사를 PCP로 지정했다. 그것도 거의 보험 시작한지 사오개월만에 겨우 지정한거였다. 어렵다고 생각하고, 의사는 필요할때 만나면 되지라는 생각에 미루고 미뤘던 일이었다.

첫 appointment를 하려고 알아보니 내 보험의 경우 PCP office에 직접 전화를 걸어 예약하는 경우와 인터넷으로 예약하는 경우가 있었다. 추후까지 생각하면 온라인 예약이 편하기에 진행하려 했더니 선행되어야 할 것이 있었다. 바로 MIT Medical에 직접 방문하여 데스크에서 등록을 할 것. 등록은 별로 어렵지 않다. 어전트 케어쪽으로 방문하여 Health&Life에 가입하고 싶다고 하면 이름과 생년월일을 확인하고 초대 이메일을 보내준다. 그 이메일로 온 링크를 통해 가입하면 끝.



가입하고나면 어플도 있는데 다운받아 확인하면 편하다. 가입을 완료한 뒤 수신인에 담당 PCP의 이름을 입력하고 무엇이 필요한지 적는다. 나는 아직 첫미팅을 못했고, 내 건강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고 적고, first available을 선택했다. 첫 Appointment를 하는데 시간이 오래걸린다는 주변 이야기가 무색하게 바로 이틀 뒤 약속 오퍼가 왔다. 올레!

오퍼를 accept하면 PCP가 진료때 볼 수 있도록 메디컬 히스토리를 적거나 자료를 첨부할 수 있는 간단한 설문조사를 한다. 생각보다 다양한 걸 묻는다. 가족력이나 수술경험 등은 우리나라에서도 묻는거라 대수롭지 않았는데, 조금은 특별한 질문들이 있었다. 자신의 성정체성에 대해 묻는 항목도 있었다. 레즈, 게이 이런게 아니라 성전환여부나 여자가 좋은지 남자가 좋은지 등을 물었다. 뿐만아니라 지금까지 몇 명과의 성경험이 있는지 현재 파트너가 몇 명인지 묻는 항목도 있었다. 뭔가 확실히 성 다양성을 인정하고 성에 대한 인식의 보편적인 분위기를 엿볼수 있었다.

약속 당일! MIT Medical 2층으로 향했다. 접수를 마치자 또다른 서류를 줬다.



온라인에서 미리 한 설문지와 비슷하긴 했는데 조금 다른 부분도 있었다. 의학용어는 모르는게 너무 많아 사전을 검색하며 작성했다. 설문지 작성을 마친 뒤 조금 시간이 지난 뒤 반가운 PCP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의학용어에 대한 부담감이 있었는데 다행스럽게 그런 대화는 오고가지 않았다. 의외로 정말 평범한 대화들이었다. 이 곳의 생활은 어떤지, 일은 하고 있는지에 대한 것들이었다. 얼마전 날이 춥고 해가 들지 않아 조금 우울했다는 말에 PCP는 지금??? 날 너무 좋은데??? 앞으로가 문제지! 라며 웃으며 대화를 주고 받았다. 미국에 와서 살이 쪘다고 하니 음식때문에 너무 노멀한거라며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도 말해주고, 가족계획이 있는지도 물었다. 병원에 오기전에 지인분께 가족계획이 있음 무료로 산전검사도 해주니 꼭 받아보라는 이야기가 생각나 아기 계획이 있는데 산전검사를 받을 수 있는지 되물어봤다. 나에게 혹시 임신 시도를 한지 얼마나 된지 물었고, 어버버 몇개월 됐다고 답하니 시도한지 일년쯤에 임신하는게 보통이라 그 전에는 해줄수 없다는 답변만 들었다. 대신 자궁경부암 검사가 있는데 받아보지 않겠냐고 했다. 혹시 오늘 하는게 어려우면 다른 날 다시 약속잡아 할 수 있다고 했지만 온김에 하는게 나도 편하고 결과도 빨리 받을 수 있으니깐 오늘 하겠다고 했다.

또, 간단한 검사도 할껀데 그것도 오늘 하는게 어떻냐는 물음에 좋다고 답했다. 전체적인 검사를 위해 가운으로 바꿔입어야 한다고 갈아입을 수 있도록 나를 두고 PCP는 진료실을 나갔다.



진료실은 이렇게 생겼다. 비교적 작고, 컴퓨터라던지 서류작업을 하는 데스크는 없다. 검사에 필요한 도구들이 곳곳에 수납되어 있었다. 간호사가 들어와 체중, 키, 혈압 검사를 했고, 후에 PCP가 들어와 다양한 검사를 했다. 한국에서 하는 건강점진처럼 온갖기계로 검사를 하는건 아니었고, 청진기로 심장 소리와 숨소리를 확인했고, 유방암 검사, 관절검사 등 손으로 할 수 있는 검사를 했다. 아 물론 내 PCP는 여자분이다. 간단한 건강검진을 끝내고 자궁경부암 검사를 위해 세포체취를 했는데 이건 좀 불편했지만 의사가 불편하면 언제든 그만두겠다며 날 안심시켜줘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그리고 혈액검사를 추천해줬고, 비타민도 처방해줬다.

사실 PCP를 만나고자 했던 가장 큰 이유가 있었는데, 그건 바로 PT를 보험으로 커버받기 위해 referral을 받기 위함이었다. 우리나라의 PT와는 조금 개념이 다른데 Physical Theraphy의 약자로 재활치료에 가깝다. 때문에 필요에 의해 마사지를 진행하거나 운동을 진행하는 프로그램이다. 이게 보험으로 커버되면 무료 혹은 코페이만 내면 된다는 이야기를 들어 꼭 referral을 받고 싶었다. 요즘 어깨가 무척 아프다는 이야기를 하니 내가 갈수 있는 PT Treatment Facilities가 적힌 종이를 건네주며 가서 등록하고 등록하면 본인이 알수있도록 전화를 달라고 했다. 그리고 내 보험으론 매회 코페이 10불이면 받을 수 있을거라 말해줬다. 고맙다며 인사하고 헤어진 PCP. 어렵게만 생각했는데 의외로 다정했고, 쉬웠다.




Clinical Lab에 가서 피검사를 위해 혈액채취를 했다. 내가 혈관이 얇아 잘 못 뽑지 않을까 너무 걱정했는데 정말 한번에 딱딱 잘 뽑더라. 두세통을 뽑아 결국 후에 멍이 들긴 했지만 채취 당시엔 하나도 안아팠다.



그리고 학교 약국으로 가 PCP가 처방해준 약을 받았다. 약이래봤자 비타민이었지만 처방으로 받으니 무료였다. 이것도 보험으로 커버!

미국 의료가 얼마나 비싼지에 대해서만 듣다가 직접 이렇게 이것저것 혜택을 받고나니 왜 이제서야 왔는지 조금 후회가 됐다.
이제라도 알았으니 꼼꼼히 체크해보고 받을 수 있는 혜택은 잔뜩 받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