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턴 기록: 미국에서 추석맞이. 냉부해 유현수 셰프와 함께 사찰음식 배우기

2018. 10. 2. 12:56BOSTON + CAMBRIDGE/생활탐방 기록



미국에서 추석맞이

냉부해 유현수 셰프와 함께 사찰음식 배우기

Demonstration & Tasting With Chef Tony Yoo




아는 언니의 소개로 주 보스턴 대한민국 총영사관에서 추석을 맞이하여 Korea Week를 진행하는 걸 알게 되었다. 그 프로그램의 일환 중 하나였던 Demonstration & Tasting with Chef Tony Yoo. 냉부해에 나온 유현수 셰프라며 신청하자 했는데, 슬프게도 난 냉부해를......... 제대로 본 적이 없어 몰랐다. 하지만 음식은 내가 진짜 관심있는 분야이므로 고민 안하고 신청했다. 장소는 보스턴 대학교 BU에서 진행되었다. 당일에 추적추적 비도 오고, 옐로스톤 다녀온 휴우증으로 너무 피곤하여 잠시 흔들렸지만 흔들리지 않고 다녀온 걸 프로그램이 끝나고 아주 칭찬했다. 



길을 못찾고 헤맬때 발견한 대한민국. 이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반대편에는 브로셔 등등 세팅이 되어 있었는데, 괜히 부끄러워 이것만 후딱 찍었다. 아 이 프로그램은 자리제한때문에 사전에 등록해야 했었다. 이름을 확인하고 들어갈 수 있었다. 



Room 117에 들어가니 이렇게 셋팅되어 있었다. 이 장소가 BU에서 쿠킹이랑 와인 등 음식관련 수업을 하는 곳이라고 나중에 소개해줬는데, 그래서인지 완벽한 셋팅. 이 날은 우리가 직접 만들어 보는 시간이 아닌 Demonstration하고 맛을 Tasting해보는 거였기에 아일랜드를 바라보고 책상이 쭈욱 있었다.



자리 셋팅은 이렇게 되어 있었다.



유현수 셰프님이 나와 본격적으로 오늘 만들 음식과 재료 등등을 소개해줬다. 엄청 쉽게 설명해주시고, 쉽게 요리를 뚝딱 뚝딱하시는데...... 응? 어떻게 저 비쥬얼이 나오지? 할 정도의 완벽한 비쥬얼. 역시 유명 셰프는 괜히 유명 셰프가 아니구나 싶었다. 



첫 번째 메뉴에 들어갈 버섯들. 능이버섯이 비싼줄은 알았지만 이정도로 비싼 줄은 몰랐다. 한 근? 한 Bunch에 20만원 정도라고 한다. 동충하초가 더 비쌀 줄 알았는데, 좋은 능이버섯이 훨씬 비싸다고 한다. 향도 좋은 만큼 강했다.



그리고 나눠주신 간장. 7년된 간장인데, 실제로 유현수 셰프의 레스토랑 '두레유'에서 이 간장을 스타터로 사용한다고 한다. 간장만 먹는단게 너무 생소해 조금은 당황스러웠지만 말씀해주신대로 좋은 간장이라 풍미가 남달랐다. 홀짝 맛보고 차로 입을 헹구니 입맛이 도는게 느껴졌다.



첫 번째 음식이었던 버섯 냉면. 처음 듣는 메뉴였기에 열심히 들었다. 오일없이 버섯을 볶는다거나, 육수가 따로 없고 배즙자체가 육수가 된다는 것이나 요리생초보인 나에게 너무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사실 나뿐만 아니라 거기에 있던 나이 조금 더 지긋하신 분들도 신기했는지 정말 배즙만으로 되는거냐고 재차 물으셨다. 너무 쉽게 이야기해주시면서 슥슥 만든 버섯 냉면. 먹은 뒤 느낀 점은 과연 나도 이렇게 만들 수 있을까 였다. 분명 만드는 법은 어렵지 않은 거 같았는데, 이 맛있는 걸 나도 만들 수 있을까?



두 번째 메뉴였던 덤플링. 진짜 너무 맛있어서 한국가면 무슨 일이 있어도 두레유를 방문하고 말겠다라는 의지를 심어준 메뉴. 요리하는데 긴 시간도 안들이시고 슥슥 만드신 덤플링. 너무 쫄깃쫄깃하고 담백했다. 가운데 동글동글 소스랑 같이 먹으니 몇 개라도 더 먹을 수 있을 것 같은 기분. 된장으로 만들었다는 무침들도 농담이나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진짜 맛있어서 다들 어떻게 만들었는지 물어보고 또 물어봤다. 내일이라도 재료사와서 한 번 도전해봐야 할 것 같다.


워낙 파인다이닝을 좋아하고, 어렵게만 생각했는데 유현수 셰프님을 만나고 새로운 걸 배웠다. 하나는 사찰음식이 얼마나 흥미로울수 있는지 였다. 난 절대 채식주의자는 못되며, 파, 마늘, 양파를 사랑해서 절에는 못 갈거라 맨날 말했는데 사찰음식이 이렇게 맛있을 수 있다니! 완전 사찰음식의 재발견이었다. 재해석을 한 셰프님의 센스 덕분일 수도 있지만, 적어도 사찰음식이라는 분야에 대해 사람들의 관심을 일으키니 얼마나 멋진 일인가. 두 번째는, 요리는 어렵지 않다라는 것이었다. 예로, 버섯냉면에 배즙이 들어가는데 미국엔 한국 같은 배가 없으면 어떻게 만드느냐 하는 이야기가 있었다. 또, 가져오신 버섯들이 미국에 없으면 어떻게 만드느냐였다. 셰프님의 답변은 명쾌했다. 음식이란 건 레시피에 갇히는 것이 아니기에 요리하는 사람의 재량에 따라 유연하게 대체될 수 있다고 했다. 배즙이 없으면 배주스를 사용하면 되고, 그게 없으면 참외, 혹은 사과주스를 사용해도 좋다고 했다. 버섯냉면에 한국버섯이 없으면 어떻냐 미국에는 더 다양한 버섯이 있더라. 그걸 쓰면 된다고 말해 주셨다. 그 말이 어찌나 와닿았는지... 레시피에 맞는 재료가 하나만 없어도 못만드는 음식이라고 생각한 내가 부끄러웠다. 많이 배우고, 맛있게 먹는 시간이었다.



마지막으로 프로그램을 마치며 빅팬이 된 나와 유현수/토니유 셰프님. 언니가 잘 찍어준다고 찍어줬는데 나중에 보니 포커스가 가스레인지에 맞춰져 얼굴이 흐릿해졌지만, 그래서 더 잘나온걸 수도? 한국가면 두레유 꼭 갈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