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턴 기록: 맑은 여름 날의 무료 야외 음악회

2018. 8. 1. 14:30BOSTON + CAMBRIDGE/생활탐방 기록

 



맑은 여름 날의 무료 음악회


Boston Landmarks Orchestra
at the DCR’s Hatch Shell



얼마 전 있던 야외 음악회에 다녀왔다. 나에겐 보스턴/캠브릿지 커뮤니티 소식을 따로 찾아보지 않고도 알 수 있는 두 가지 루트가 있는데, 하나는 살고 있는 아파트먼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이고 다른 하나는 MIT Spouse 모임에서 정기적으로 보내주는 이메일을 통해서이다. 이 음악회를 찾자마자 호기롭게 1인으로 신청했고, 그 뒤 있었던 일은 지난번 일기에ㅠㅠㅠ



백마탄 왕자님의 등장 후 같이 피자를 맛있게 먹고, 모여있던 인원들이 대규모로 이동을 하기 시작했다. 찰스강을 건너야 하는 거리지만 사실상 보스턴 규모가 크지 않기에 충분히 걸을만한 거리! 전 날 무더위, flash flood 등의 경보 4개가 울렸던 날씨와는 대조적으로 걷기 좋은 선선한 여름날씨였다. 동생과 여행이후, 단둘이 걷는 것은 너무 오랜만이라 데이트같았다.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걷다보니 어느새 음악회 장소인 Hatch Shell에 도착.



많은 사람들이 가족들, 지인들, 연인들과 함께 모여 자리잡고 있었다. 먹을 거리를 챙겨와 나눠 먹으며 음악회를 즐기는 모습을 보자니 나도 이 대규모 피크닉에 함께 하고 있구나 싶으면서 마음이 넉넉해지기 시작했다.




노을지는 보스턴의 하늘이 무대의 너른 배경이 되어 듣는 Debussy의 Clair de lune은 그 어떤 말로 형용할 수 없는 황홀감을 주었다. 비록 친구사귀기엔 실패한 하루였지만, 백마탄 왕자님이 있음에 감사와 음악회를 즐길 수 있는 여유가 있단 것에 대한 감사 등등이 함께 찾아왔다. 그렇게 공연에 한창 심취해 있을 때 눈에 들어온 것이 있었다.



무대 한켠에서 큰 동작을 하고 있는 사람을 발견했다. 처음엔 댄서까지 있는건가? 싶어 자세히 보니 다리는 사용하지 않고 상체만 사용하며 무언가를 전달하는 것 같았다. 말로만 들었던, 한번도 실제로 보지 못했던 음악을 수화로 전달하는 수화통역자였다. 이 날 있었던 이벤트의 주최 목적에 커뮤니티 사람들이 모여 즐길 수 있는 음악회라고 적혀 있었는데, 정말 모든 커뮤니티 사람들이 모여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그런 무대였다. 무료라 하여 그저그런 음악회가 아니었다. 남녀노소 모두를 불문하고 모두 하나가 되어 음악을 듣고 즐기는 그런 이벤트였다.



점점 추워져 추위를 이기지 못하고 끝까지 듣지 못하고 먼저 일어났지만 아쉬움은 남지 않았다. 마음 가득 넉넉함을 얻어갔으니깐. 이렇게 보스턴 생활에서 좋은 추억 하나 추가 완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