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맛집기록: 미슐랭 3스타 쉐프와 유명 미술 딜러의 합작 레스토랑 '카포 마사 Kappo Masa'

2018. 8. 14. 02:47America/'18 + '19 뉴욕 여행




미슐랭 3스타 쉐프 '마사 Masa'의 마사요시 타카야마 Masayoshi Takayama와

세계적인 갤러리 가고시안의 래리 가고시안 Larry Gagosian이 만든 레스토랑

카포 마사Kappo Masa

976 Madison Ave, New York, NY 10075



간만에 뉴욕에 방문했다가 언니의 예약으로 가게 된 '카포 마사'! 보스턴에는 맛집이 많지 않고, 맛있는 스시집을 찾아보기 어려워 스시가 먹고싶다고 했더니 언니가 바로 예약해주었다. 가고시안과 마사의 합작인 만큼 뉴욕 어퍼이스트에 위치한 가고시안 갤러리 지하에 레스토랑이 있다. 네임드 쉐프의 레스토랑은 유럽에서만 갔었고, 미국에선 가본적이 없어서 조금 설렜다. 입구는 갤러리 입구와 동일하다.



가고시안에서 제프 쿤스 전시를 하고 있었는데, 당일치기로 뉴욕에 방문한 거라 볼 시간이 진짜 없었다. 비싼 동네의 비싼 레스토랑이라고 실내 디자인이 휘황찬란하다던지 넓다던지 하진 않았다. 계단을 내려오자마자 안내해주는 곳과 왼편에 스시 바, 정면에 테이블들이 옹기종기 있었다. 6시 레스토랑 예약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사람들이 있고, 간격이 좁아 사진을 찍긴 어려웠다. 너무 가깝게 찍혀 올리기도 애매. 가고시안과 합작답게 작품도 걸려있었다.



☞ 자세한 카포 마사 디너 메뉴 



스시가 먹고싶다는 날 위해 예약한 만큼 언니가 생각했던 메뉴는 스시 오마카세였다. 그런데 메뉴를 아무리 눈씻고 봐도 찾을 수 없는 스시 오마카세! 그래서 물어봤더니 스시 오마카세는 처음 예약할 때부터 스시 오마카세로 예약해야 한다고 한다. 부탁해봤지만 이미 바 예약이 꽉차서 먹을 수 없다는 답만 돌아왔다. 다음을 기약하며 메뉴를 보는데 메뉴가 너무 다양해서 결정장애가 올 것 같았다. 그래서 결정한 테이스팅 메뉴 Chef's Tasting. 생각지 못한 지출이긴 했으나 언제 또 오겠나 싶어 메뉴를 선택했다.(세상은 넓고 가볼 맛집은 많다.)


보통 테이스팅 메뉴가 계절별로 바뀐다 해도 그 가격에 맞게 디쉬 순서를 볼 수 있게 메뉴를 주는데, 카포마사에는 그런게 없었다. 8개의 디쉬를 먹다보면 어느정도 진행이 되었는지, 또 내가 먹게 될 것은 무엇인지 궁금해지는데 이런 준비가 되어있지 않아서 조금 아쉬웠다. 사진이라도 찍지 않으면 순서도 먹은 것도 헷갈리는데 말이다.



첫 디쉬부터 나온 트러플. 나오자마자 바로 먹을 뻔한 고비를 넘기고 사진을 찍었다. 사시미와 트러플의 조합이 좋았다.



살짝 구운빵에 캐비어가 잔뜩 올라가 있는 디쉬를 먹자니 첫 디쉬와 마찬가지로 입이 고급이 되어가는 기분이었다. 조금 짤 수 있는데, 빵과 함께 먹으니 그저 맛있었다. 게다가 빵을 가져온 스톤 플레이트가 빵이 쉽게 식지 않도록 따뜻하게 와 배려가 보였다.



Yuzu로 맛을 낸 사시미. 일본과 한국식 회를 좋아하는 나는 식감이 제일 중요한데, 유럽과 미국에선 어쩔 수 가 없는 것 같다. 그렇다보니 생선이 주는 식감 그대로보다는 조미를 해 이렇게 나오는 경우가 많다. 그래도 최근에 먹은 사시미 중엔 식감이 제일 좋았다.(유럽과 미국에서 한국보다 더 좋은 식감을 주는 회는 개인 기준 연어뿐인 것 같다. 연어는 진짜 싱싱하고 맛있는 경우가 많다.) 아마도 식감을 살리기 위해 차갑게 가져온 플레이트가 한 몫 한 것 같다. 프레젠테이션도 훌륭.



맨 처음에 디쉬를 보자마자 고기가 나온 줄 알았다. 저렇게 표면에 간격이 좁은 칼집을 낸 걸 본 적이 없어서 인 거 같다. 그 덕인지 안에까지 잘 익었으면서도 아직 생선이 머금고 있는 기름덕에 엄청 부드러웠다. 내가 구우면 수분도 날아가고 퍽퍽해지는데.....역시 다를 수 밖에. 



이 걸 뭐라고 말했는데 잊어버렸다. 역시 메뉴는 꼭 있어야 하는건데!!! 새우라고 하기엔 랍스터와 가깝고 랍스터라고 하기엔 사이즈가 작고 발이 얇고 길었다.(랍스터가 새우과이긴 하지만 껍질의 단담함 때문에 이렇게 말했다.) 먹을 데가 많지 않은 이 식재료에도 이렇게 정성스레 요리를 한 것 보니 역시라는 감탄이 나왔다. 맛도 물론 있었다. 양이 적은 것에 그저 아쉬운 기분이었는데, 나중에  생각해보니 8개나 되는 코스에서 갑각류를 뺴먹지 않고, 적당한 양으로 선보이기엔 너무 알맞았다. 



카포마사에서 먹은 디쉬 중에 개인 취향 원 탑이었던 디쉬. 미국에서도 그 비싼 우니가 이 만한 사이즈인 것도 놀라운데, 따뜻한 우니였다. 우니를 구운 뒤 그 위에 트러플을 뿌렸다. 우니를 구워서 먹어 본 적이 정말 한 번도 없고, 우니는 없어서 못먹는데 이렇게 맛있게 먹을 수 있다니. 정말 창의적이고 맛있었다. 단 맛이 강한 편이다. 이 맛있는 디쉬가 그 다음 메뉴에게는 치명적 일 줄은 이때까진 몰랐다.



배가 슬슬 차던 차에 나온 거대한 팟. 개인용 샤브샤브(?) 디쉬였다. 처음에 이 메뉴가 나왔을 땐 파를 잘게 썰어 소고기로 말아 나온 줄 알았다. 하지만 스시 레스토랑답게 참치였다. 마블링이 훌륭했다. 근데 이 디쉬가 '카포 마사'를 기억하는데 조금 마이너스가 됐다. 한 입에 먹기에도 무척 큰데, 나눠서 먹기엔 너무 지저분해졌다. 참치가 말려있을 뿐이라 팟에 살짝 익히고 나면 랩이 다 풀리는 건 덤이었다. 그리고 가장 결정적인 건 이 마블링이였다. 마블링이 좋은 만큼 기름이 많은 음식이고, 샤브샤브를 했다해도 푹 삶아 먹는게 아니고 살짝 익히는 정도라 기름이 사라지는게 아니다. 근데 하필이면 이 디쉬 직전에 먹은 디쉬가 구운 우니였다. 구운 우니는 단 맛이 강한 만큼 조금 부담스러울 수 있는 디쉬였는데, 그 뒤에 기름이 많은 음식을 먹으니 맛이 배가 되는게 아니라 느끼해져 반감이 됐다. 그 유명한 '마사'의 자매레스토랑에서 메뉴 순서를 이렇게 밖에 못정했나 너무 아쉬웠다. 지금까지 맛있게 먹었던 디쉬가 여기서 약간 억지로 아까워서 먹는 느낌이 되어버렸다.



디저트 전 마지막 디쉬. 드디어 스시가 나왔다. 스시가 초반에 나왔더라면 더욱 맛있게 먹었을 텐데........ 이미 전 메뉴에 배부름+느끼함으로 그 전 만큼 완전 맛있어!!! 까진 아니었고, 그냥 맛있게 먹었다.



디저트. 메밀차와 차갑게 플레이팅한 골드키위였다. 이 디저트때는 이미 보스턴으로 돌아가야하는 버스시간이 가까워져 엄청 허겁지겁먹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렇게 총 8개 디쉬가 끝났다.


나의 총평은 '가격과 명성에 비해 아쉬운 점이 많았다' 인 것 같다. 가장 아쉬운건 디쉬 순서. 디쉬 순서도 쉐프의 재량이고 각각의 디쉬가 가장 맛있게 느껴질 수 있게 순서를 짜는데.....카포 마사는 그런 고려가 좀 적었던 것 같다. 하다못해 기름이 많은 음식 전후로 입 안을 개운하게 할 수 있는 무언가를 첨부했으면 훨씬 좋았을텐데 말이다. 꼭 미슐랭 3스타 급이 아니어도 많은 미슐랭 쉐프 레스토랑에선 sherbet을 추가한다던가, 일본에 있는 미슐랭에선 차를 곁들어 입안을 가셔주는데 말이다. 요즘 술도 잘 안먹고, 언니도 운전을 해야되서 와인페어링을 하지 않아서인 걸까 아쉬웠다.(생각해보면 메뉴에 와인페어링 가격이 딱히 따로 적혀있지도 않았다. 없는걸수도)


디쉬 하나하나의 매력은 충분했기에 한 번쯤 경험해보긴 좋은 것 같다. 다음 시즌에는 더 나아진 메뉴가 완성 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