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턴 근교 여행기록: 나의 첫 'yurt'에서의 하룻밤, 'Nickerson State Park'

2019. 11. 5. 14:33America/보스턴+근교 여행

 

나의 첫 'yurt'에서의 하룻밤

Nickerson State Park

 

 

아직 블로그에 포스팅은 못했지만 약 10일 정도의 미국 여행을 마친 뒤 보스턴에 돌아와 잠시 쉬던 중 남편의 낚시에 대한 열정이 우릴 캠핑으로 이끌었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자의로 여행 일정의 전부를 짜 본 적이 없는 남자가 갑자기 파크를 알아보고, 잘 곳을 알아보고 있었다. 남편이 말하길 낚시계의 인스타그램이라는 'fishbrain' 어플에서 물고기를 잡은 사람이 사진을 올렸나 보다. 그러더니 yurt가 50불 정도라며 싸다고, 근데 이거 하나밖에 안 남았으니 예약한다고 덥석 예약을 하고 말았다. 

 

여행은 원래 지르고 보는거니깐. 우리는 선사고, 후 수습을 했다. 아무리 아직 가을이라 해도 산속은 분명 도시보다 추울 테고, yurt라서 바람을 막아준다고 해도 바닥에서부터 올라오는 냉기는 막아줄 수 없을터! 우리는 침낭을 사러 갔고, 거금을 들여 급 침낭 2채를 마련했다. 배보다 배꼽이 매우 커졌다. 침낭만 산 게 아니라 랜턴이랑 휴대용 가스렌지도 샀다..............우리는 'REI'라는 곳에서 샀는데, 이 브랜드에 대해선 나중에 따로 포스팅하겠다.

 

알찬 1박 2일을 보내기 위해서 우리는 아침 일찍 출발했다. 사실 아침일찍이라고 해도 짐 빠트린 건 없는지 확인하고 하니 8시나 되어서야 출발했다. yurt 체크인 시간은 다른 호텔과 마찬가지로 늦은 시간이었는데, 혹시 체크인을 하지 못해도 차가 있으니 별 걱정은 되지 않았다.

 

Nickerson State Park는 휴양지로 유명한 Cape Cod에 위치하고 있다. 크고 작은 Pond들이 여러 개 있다. 체크인 시간보다 훨씬 이른 10시 반쯤에 도착한 우리는 운 좋게도 우리가 예약한 yurt가 전 날부터 비어있어 바로 체크인을 할 수 있었다. 체크인은 공원 입구에 있는 캐빈에서 하면 된다. 작은 캐빈인데 할아버지가 무척 친절했다. 우리에게 설명을 해주시다가 전화가 왔는데, 전화 때문에 대충 마무리하는 게 아니라 트레일부터 낚시까지 아주 상세히 설명해주시더라. 공원 내 주차가 유료인데, 우리는 숙박을 하니깐 패스권같은 걸 적어 차에 걸어두도록 주셨다. 우리가 신나는 마음으로 떠나려 할 때에는 어제 송어 trout 가 튀어 오르는 걸 본 사람이 있으니 행운을 빈다고 말해주셨다.  

 

 

드디어 우리의 yurt에 도착! 찍다보니 사진이 매우 어정쩡하게 찍혔는데.... 생각보다 크고, 앞에 벤치도 있고, 주차할 공간도 무척 넓고 마음에 쏙 들었다. 우리 옆에는 이미 캠핑을 시작한 가족들이 있었는데, 딱 봐도 캠핑의 고수인 게 느껴졌다. 벤치에다가 벌레들을 대비한 텐트를 따로 쳐둔 것 만 봐도 클라스가 달라 보였다. 

 

 

yurt내부! 테이블이 있고 침대가 2층침대 + 퀸사이즈 침대가 있다. 이 yurt는 작은 사이즈인데도 4인 숙박이 가능하다. 4인 가족이 오면 딱 좋을 것 같다. 생각보다 더 그럴싸하게 실내 같은 느낌이 들었다. 우리는 전기난로 같은 건 따로 가져가진 않았는데, 경고문에 음식을 yurt 내부에서 해 먹지 말 것, 과도한 전기 사용은 전기가 차단될 수 있으니 주의할 것 등이 적혀 있었다. 

 

 

우리의 첫 끼. 사실 우리가 캠핑을 얼마나 더 하겠냐는 의구심에 차라리 활용도가 높은 휴대용 가스렌지를 구입했고, 코펠은 말도 안 된다며 집에서 냄비를 챙겨갔다. 데우기만 하면 되는 짜장과 김치는 정말 꿀맛이었다. 바람 때문인지 생각보다 물이 펄펄 끓지 않아 약간 덜 익은 밥은 아쉬웠지만 든든.

 

니커슨 스테이트 파크에는 여러개의 Camping Area가 있고, 그 area마다 캠핑 사이트가 다르게 있다. 그리고 각 area마다 화장실과 샤워실이 있는 작은 건물이 있다. 그 앞에는 설거지를 할 수 있는 개수대도 있다.

 

 

본격 남편 낚시 + 나는 독서에 임하기 전에 화장실에 들렸는데, 이런 게 붙어있어 괜히 무서웠다. 다행히 우리는 10월 초였기에 벌레에 물릴 가능성은 적었지만, 벌레퇴치 스프레이를 가져오지 않아 걱정이 됐다. 다음에 갈 때는 꼭 가져가리.

 

 

우리가 가장 처음으로 도착한 Cliff Pond. 우리가 생각하는 pond는 연못이라 엄청 작은 느낌인데 여기 폰드는 어마어마하게 컸다. 거의 호수 느낌이었는데 나중에 찾아보니 lake와 pond의 차이는 크기의 차이가 아니라 깊이의 차이란다. 더 깊은 게 lake, 더 얕은 게 pond. 우리나라에서 구분하는 호수와 연못이랑은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우리는 이동 중 첫 물고기를 만난다. 베스다. 분명 실제로 볼 때는 저런 거품은 거의 없었던 거 같은데 왜 사진엔......... 엄청 맑은 물이고, 베스도 아직 살아 있었다. 거의 다 죽어가서 배가 뒤집어 지고는 있었지만.... 안타까운 마음에 낚시대를 들고 있는 남편에게 헤엄쳐 갈 수 있도록 밀어달라고 했다. 남편이 밀어주니 베스가 힘을 내서 깊은 물속으로 갔다. 결국 힘이 부족해 멀리는 가지 못했지만 말이다. 우리는 이때까진 몰랐다. 이 물고기가 우리가 가까이서 보게 될 마지막 물고기라는 것을..............................................................................그리고 이쪽 방향은 바람이 맞바람이라 우린 반대편으로 다시 이동했다.

 

 

이 곳은 트레일도 유명해서 걷기에 좋았다. 오솔길이 너무 아기자기 예뻤다.

 

 

pond 답게 물이 얕아 결국 신발 벗어 던지고 바지 걷어 물속으로 들어가 낚시하기 시작한 남편. 프로 낚시꾼 할아버지들은 완전 워터프루프 장비를 싹 갖춰 입고 왔다. 사실 조금 추웠지만 남편은 자기가 좋아하는 낚시, 나는 옆에서 책을 읽으니 세상 평화로웠다. 그리고 정말로 송어들이 뛰는 게 가끔 보였다.

 

 

남편이 빨리 여기봐보라고 해서 봤더니 헛! 자라? 거북이? 남생이? 뭔지 모르겠는데 새끼가 이렇게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엄청 작았는데 신기했다. 물이 투명해서 다 비쳐 보였다.

 

 

물고기를 낚는 건지, 세월을 낚는 건지. 무얼 낚는 게 중요한가. 이 순간이 중요한 거지! 해 질 때까지 열심히 낚시하다가 돌아왔다.

 

 

저녁은 삼겹살! 야외에서 먹으니깐 진짜 너무 꿀맛이었다. 비록 사진에서도 느껴지는 열악함이 있었지만, 우리 마음은 따땃했다. 저녁 먹고 씻고 딱히 할 게 없어서 yurt에 들어와 이야기하고 놀다가 일찍 잠들었다. 하루 종일 찬바람 맞기도 했고, 침낭 속이 따뜻해 금방 잠들었다.

 

 

다음날은 전날보다 훨씬 해가 드는 날이었다. 울창한 숲 사이로 해가 들어오는 게 너무 눈부셨다. 공기도 맑고 바람도 시원하니 싱그러운 아침이었다.

 

 

캠핑 아침은 뭐니 뭐니 해도 라면이 진리. 열심히 라면 물 끓이는 남편. 정말 이것이 참 라면이었다.

 

 

해가 지기 전에 보스턴에 도착하려던 계획은 실패했다. 남편이 저렇게 묵묵히 낚시하는 걸 보니 그리 좋을까 싶으면서, 평소에 일하느라 스트레스 많이 받는데 이렇게 왔을 때 좋아하는 거 실컷 할 수 있게 해주고 싶었다. 추위도 많이 타는 사람이 바지까지 걷어올리며 몇 시간이고 즐거운 마음으로 저리 시간을 보내니 응원해 줄 수밖에. 

 

물이 맑고, 파도도 없이 잔잔해 아이들을 데리고 와 물놀이하기엔 정말 좋아 보였던 Nickerson State Park. 날이 따뜻해지면 다시 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