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턴 근교 여행기록: 단풍놀이 절정이었던 'Blue Hills Reservation'

2019. 10. 30. 13:22America/보스턴+근교 여행

 

단풍놀이 절정이었던

Blue Hills Reservation

 

 

저번 주말에 남편이랑 화이트 마운틴으로 단풍을 보러 가기로 했지만...... 막상 당일치기로 다녀오려니 편도 3시간의 거리가 부담스러웠다. 남편은 아직 미국 운전면허증을 취득하지 못해 운전을 나 혼자 오롯이 해야 하기에 더욱 그랬다. 그래서 당일엔 집에서 신나게 보드게임을 즐겼다. 그리고 다시 돌아온 주말. 늦잠 자고 일어나 점심 먹고 쉬다가 나가기 귀찮아지려는 찰나, 남편이 저번에 내가 말한 가까운 트래킹 장소에 가자고 했다. 집에 있는 걸 좋아하는 남편이 웬일로 먼저 나가자고 하나 순간 당황했지만, 남편이 적극적으로 가자니 거절할 수 없어 출발!

 

 

블루힐스는 보스턴 남쪽으로 20~30분 거리에 있다. 워낙 유명한 트레일이 많아서 한 번쯤 와보고 싶었는데 드디어! 비지터 파킹이 있어서 그쪽에 주차를 했다. 이 날은 늦게 출발한 탓 + 차가 많이 막혀 4시쯤 되어 도착했는데 주차장에 차들이 가득했다. 저번 세도나에 갔을 때 추천받은 어플이 있었는데, "AllTrails". 미국 대부분의 트레일이 담겨있고, 리뷰랑 다녀온 사람들의 사진, 지도, 거리, 걸리는 시간 등등이 있어 유용하다. 그 중에 우리가 선택한 코스는 moderate 레벨의 'Great Blue Hills via Skyline Trail'이었다. 4.3Km 정도의 코스로 시간도 적당해 딱이었다. 

 

 

트레일 시작 부분 땅에 이렇게 나무뿌리가 얼기설기 얽혀 있었다. 이 좁은 부분만이 아니라 꽤 넓은 지역이 이러해서 신기해 사진 한 장 남겼다. 남편은 호기롭게 moderate면 쉬운 거 아니냐고 이야기 했지만 그 생각은 곧 바뀌었다. 생각보다 경사가 있어서 숨이 차기 시작했다. 트래킹화 신고 오길 잘했다며 아니었음 미끄러졌겠다고 서로를 칭찬했다.

 

 

고작 10분 정도만에 이렇게 멋진 풍경이 눈 앞에 펼쳐 졌다. 단풍으로 물든 나무들은 가히 아름다웠다. 그래 이거지! 실제로는 더 웅장하고 멋졌는데, 사진으로 자연을 담기엔 명백한 한계가 있다.

 

 

지금까지 다녔던 곳 중에 가장 자연 그대로인 트레일이었다. 중간중간 이 길이 맞나 싶을 정도로 사람들의 흔적이 덜 한 곳도 있었다. 그때마다 나무나 바위에 파란색 페인트가 칠해져 있는 것을 보고 따라갔다.

 

 

숲에서는 자연의 향이 가득했다.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 내쉬었다. 남편은 왜 산림욕을 하는지 알겠다며 행복해했다. 이 맛에 산에 오르는 것 같다. 자연의 싱그러운 냄새와 기운이 나를 가득 감싸는 기분이 황홀하다. 

 

 

마치 대나무 숲같은데 단풍숲이다. 기분이 살랑살랑해진다.

 

 

미국에서도 나무에 이름을 새긴다. 어딜 가나 자신의 존재를 이렇게 남기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 나무가 무슨 잘못이라고...... 이런 훼손을 하는 건지 모르겠다. 

 

 

한 시간 쯤 걸었을까? 해가 5시 45분에 떨어지는데 아직 반도 가진 못한 우린 돌아설 수밖에 없었다. 보스턴 스카이라인이 보이는 곳까지 가지 못해 아쉬웠지만 해가 떨어진 뒤 산은 위험하고, 길도 쉬운 편이 아닌 곳이 있었기에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돌아설 수밖에 없었다. 다음에 다시 와서 꼭 끝까지 완주하기로 약속했다.

 

 

한층 쉬워진 코스 덕에 우린 진짜 단풍놀이를 시작했다. 색색의 단풍을 들어 예쁘다 감상하기도 하고 사진도 찍었다. 남편은 나에게 꽃대신 단풍을 달아주었다. 위험한 코스가 나오면 나를 제일 먼저 챙기고, 길을 걸을 때도 내 손부터 찾는 남편과 함께 좋은 장소에서 좋은 시간을 보내자니 충전이 되는 듯했다. 아주 특별한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이렇게 산에서 손잡고 걷는 것만으로도 까르르 웃으며 행복한 우리. 더 많이 자주 다니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