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턴 기록: 공항이 도시를 사랑하면 생기는 일

2018. 11. 17. 07:45America/보스턴+근교 여행


​​공항이 도시를 사랑하면 생기는 일

Boston Logan Airport Terminal C



보스턴 로건 공항에는 터미널이 어찌나 많은지 이용하는 항공사마다 터미널이 달라 터미널 C는 처음이었다. 남편 학회따라 시애틀에 가는데 직항이고, 비행 시간이 가장 적절한 비행기가 Jetblue였다. 난생 처음듣는 항공사였지만, 저가항공 Spirit도 타봤는데 뭐가 문제냐 싶었다.

이른 아침 출발 비행기라 서둘러 새벽에 출발해 도착한 터미널C의 첫인상은 “We are so proud to be living in Massachusetts”였다.



공항 검색대 대기 라인에 걸려있는 수많은 우승기들. 얼마 전 미국에 사는 사촌오빠랑 이야기하다가 보스턴은 정말 못하는 스포츠가 없다는 이야기를 했다. 풋볼은 21세기 최강팀, 야구, 농구도 잘하고 심지어 하키도 중상위 팀을 보유하고 있는 축복받은 도시라고 오빠가 부러워했다. 그도 그럴것이 사촌오빠와 나는 한화 이글스 팬이다..... 스포츠 하나만 잘해도 자랑스러운데 보스턴은 못하는 스포츠가 없는거니 얼마나 자랑스러울까. 하지만 로건 공항 터미널 C의 Massachusetts 사랑은 스포츠 자랑으로 끝나지 않았다.



공항 한 쪽 면을 가득 채운 Massachusetts에서 일어난 업적들. 단순 벽의 한 쪽 면이 아니라 정말 길고 긴 복도의 한 쪽 면이다. 첫 번째 월드 시리즈 우승은 이제 놀랍지도 않다. 그 외에도 마이크로 웨이브 오븐, GPS, 증기 굴착기 등등 수많은 업적들이 가득 채우고 있다. 이정도면 거의 자식 자랑하는 팔불출 부모님같다. 하지만 이게 참 보기 좋았다. 자기가 사는 곳에 자부심을 느끼고 스스로 그것을 자랑으로 여길 수 있는 것이 부러웠고, 보기 좋았다.



고정렌즈 특성상 줌인해서 찍지 못했지만 저 멀리 보스턴 레드삭스로 도배한 비행기가 보인다.



동영상을 캡쳐한 거라 화질이 별로지만 더 잘보여서 첨부한다. 이런 스스로의 자부심이 괜스레 나까지 보스턴을 더 사랑하게 만들어준다.



그 외에 공항 모습들. 공항 의자들 배치가 흥미로웠고, 마지막 사진속에 등장하는 기능은 재밌었다. 오른쪽에 보이는 바코드인식기에 내 비행기티켓을 스캔하면 내 비행 정보를 읽고 현재 있는 곳에서 탑승 게이트까지 자세한 길 안내를 해준다. 이게 뭐 중요하고 혁신적인 기능이냐 싶겠지만, 개인이 정보를 검색하는 것이 아닌 개인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는 것에 초점을 두면 되겠다.

터미널 C는 다른 터미널에 비해 메인 항공사도 없고 규모도 작은 편이었지만, 오히려 다른 터미널에 비해 자기만의 색이 강한 작지만 재밌는 터미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