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여행기록: 그리운 런던으로, 그리고 그리울 남편과 잠시 안녕

2018. 4. 17. 08:16EUROPE/'18 런던 & 파리 여행


나에게 있어 제 2의 고향인 런던. 


2013년의 마지막 날에 가까울 무렵 런던생활을 마무리했고, 그 뒤에 두 세번 더 방문했었다. 이번에는 가족들과 런던에서 만나기로 했다. 미국으로 온지 4개월 만에 만나는 가족들을 미국도 아니고, 한국도 아닌 영국에서 만나는 건 왠지 더 가슴설레는 일이었다. 


이미 내가 알던 런던과 많이 달라졌단 이야기도 들었지만 그런건 아무래도 좋았다. 달라짐 속에 변하지 않은 런던이 남아있으니깐. 3주가 가까운 시간동안 우리는 우리의 오래된 추억을 이야기하고 새로운 추억을 쌓기로 했다. 매번 여행을 갈때마다 우리끼리 이번 여행이 넷이서 하는 마지막 여행일꺼야 라고 말하면서도 마지막이 아니었지만, 내가 결혼을 했고, 남편과 요즘 지나가는 아이들을 보며 귀여워하는 걸 볼 때 이번에는 어쩌면 정말 홀가분하게 넷이서 하는 여행은 진짜 마지막이 될 것 같았다. 아는 사람이 많지 않은 이 곳, 보스턴에서는 남편 외에 의지할 사람이 없고 어쩐지 책임져야 할 것이 너무 많았다. 왠지 가족들을 만나 잔뜩 응석부리고 싶었다. 


그렇게 런던에서 가족들을 재회할 날만 손꼽았다. 남편에게 조금은 미안했지만, 충분히 이해해주었고, 남편과 저녁을 같이 먹고싶어서 기다리는 랩 사람들이 있어 안심이 되었다.


런던으로 출발하는 당일. 남편이 공항까지 데려다주었다. 그 전까지는 남편과 비교적 장기간 떨어져있는게 실감이 나지 않았다. 그런데 공항으로 가는 차를 타고나니 실감이 나기 시작했다. 결혼 후 이렇게 긴 시간 떨어져 본 적이 있었던가? 하루정도 떨어져 있었던 걸 제외하면 정말 없었다. 그리고 보스턴에서도 아침 점심 저녁을 같이 먹었기에 더더욱 함께한 시간은 많았다. 뭔가 특별한게 그리운게 아니라 서로에게 장난치고, 같이 시간을 공유하던 것들이 울컥 그리움으로 다가왔다. 괜히 그리움을 심통으로 표현했다. 보고싶을 남편을 담으려고 영상도 찍었다. 


이번 여행이 작디 작아지고 있던 나의 그릇을 넉넉하게 바꿔주길. 가족들과 소중한 시간을 만들고 돌아오길. 남편과의 관계에 감사한 시간이 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