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아프지 말자

2024. 11. 13. 15:49내가 사랑하는 삶

 

미국은 Veterans Day라 프리스쿨이 쉬어서 아이들과 San Jose에 있는 Children's Discovery Museum of San Jose에 다녀왔다. 휴일에다가 비까지 오니 산호세 지역 부모들은 아이들과 다 여기에 왔나 싶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인파가 몰려들었다. 사람많은 곳에서 기가 빨리니 E인 나도 이제 I가 되었나 싶을 정도로 빨리 집에 가고 싶었다. 아이들과 뮤지엄에서 대략 3시간 정도 시간을 보내고, 집에 오니 기진맥진했다.

 

피곤해서였을까. 저녁식사도 남편에게 부탁해서 먹고 이른 잠을 청했다. 잠든지 한 30분쯤 되었나? 갑자기 구역질이 나서 화장실로 달려가 저녁으로 먹은 것들을 모두 쏟아내었다. 마신 물도 쏟아내고 더이상 위에서 나올게 없다고 여겨질 때쯤 화장실에서 나올 수 있었다. 불꺼진 거실 쇼파에 기대어 잠시 쉬고 있었는데, 웃기게도 그때 생각난 건 아이들이었다. 매일 저녁 아이들에게 3권 정도 책을 읽어주고 재우는데, 너무 피곤하니까 하루 정도는 건너 뛰어도 되겠지?란 생각으로 아이들에게 "엄마 내일 읽어줄게. 오늘은 아빠가 읽어준대. 알았지?"라고 말했다. 아이들은 아빠랑 책을 읽고도 엄마랑 읽는게 필요했는지 다시 나에게로 왔고, 책을 읽어달라 했다. 다시 한번 거절하니 울면서 읽어달라했지만 끝내 읽어주지 못했던 것이 갑자기 생각났다. 피곤해서 급체했던 것이고, 별 큰일은 아님이 확실하지만 그 때엔 구토를 계속 하고 숨쉬기가 불편하여 굉장히 감정적으로 되었다. 지금 이 순간이 만일 마지막이라면 아이들이 눈물로 책읽어 달라 했을 때 읽어주지 못한 것이 너무 미안하고, 후회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아픈 순간에도 아이들 생각뿐이라니. 그리고 아이들에게 못해준 것만 생각난다니. 나 정말 엄마구나. 다시 한번 내가 아이들을 얼마나 사랑하고, 아이들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들인지 절실히 느끼게 된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