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임신과 출산은 부부가 함께하는 여정

2020. 7. 26. 14:22내가 사랑하는 삶

 

임신은 여자 혼자서 되는 것도 아니거니와 출산을 향한 여정도 여자 혼자서 감당해서는 안되는 문제다. 심(心)이 너무 혼란스럽고, 신(身)이 매우 고되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코로나로 인해 재택근무하는 남편은 훌륭한 파트너였다. 뭐든 절대 나 혼자 하게 두지 않았고, 임신을 인지한 순간부터 운전과 빨래 등 오롯이 남편 몫이 되었다. 

 

이러한 남편의 협력이 임산부인 나의 신(身)과 더욱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었다면, 최근 이 여정에 남편의 지지가 나의 심(心)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다시 한 번 깨달았다. 

 

쌍둥이 임신 32주차. 출산이 얼마 남지 않아 아이들의 상태와 태반 위치, 자궁 경부 길이를 체크하기 위한 초음파가 있었다. 아랫 쪽에 위치한 주니가 잘 움직이지 않아 태반과 자궁 경부 길이를 확인하기 어려웠다.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면서 초음파를 시작한지 거의 1시간만에 필요한 정보들을 얻을 수 있었다. 평소에 잘 움직이다가도 초음파만 하면 잘 안움직이던 주니는 긴 시간동안 이루어진 초음파 검사때문에 짜증이 잔뜩 났었나보다.

 

주니가 2kg, 워니가 1.8kg으로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단 얘기를 들은 것도 잠시, 오후에 주니가 엄청난 태동으로 나에게 짜증을 부리기 시작했다. 나는 그 어떤 자세를 취해도 배가 뭉치고 불편하고 숨을 쉬기 어려웠다. 어느 누구도 해결해 줄수 없는 문제이기에 그저 쇼파에 기대어 앉아 괴로워 하고 있을 때였다. 내 모습을 안타깝게 여긴 남편이 옆으로 와 내 배를 문질러 주기 시작했다. 나는 남편 손은 약손 해주는 거냐며 웃었다. 

 

잠시 후 놀랍게도 갑자기 자세가 편안해졌다. 아이들도 아빠가 만져주는 걸 아는지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고, 배가 말랑해졌다. 내 마음도 안정되기 시작했다. 내가 손으로 배를 만질 때는 끄떡도 안하더니 남편이 문질러 주기 시작하자 괜찮아진다니. 남편은 한동안 내 배를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었다.

 

최근 나는 격한 태동으로 밤에 잠도 잘 못 자고 있었다. 쉽게 잠 들 수 없었고, 잠이 들어도 자주 깼다. 어젯밤에는 내가 잠들 때까지 남편이 배를 문질러줬다. 그 덕분이었을까? 언제 잠들었는지 모르게 푹 잠들었고, 밤새 편안하게 잘 수 있었다. 남편은 내가 잠들 때까지 멈추지 않고 배를 쓰다듬어주었다. 

 

태아의 건강을 위해 엄마는 해야할 게 많다. 뱃속의 아이를 키우기 위해 균형잡힌 식단으로 밥을 먹어야 하고, 혹시나 조산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그런 엄마를 안정시킬 수 있는 건 아빠의 몫인 것 같다. '남편 손 약손'을 경험하고 나니 새삼 임신과 출산은 나혼자 감당하는 것이 아닌 부부가 함께하는 여정이란 걸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그리고 그 길을 함께 걷는 것이 내 남편이란 게 감사했다. 쌍둥이가 태어나기까지 32일이 남았다. 육아는 또 다른 세계겠지? 그 때도 지금처럼 우리 부부가 함께 슬기롭게 서로 배려하며 잘 견딜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