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작은 일상에서 느끼는 사랑받음

2020. 5. 7. 13:03내가 사랑하는 삶

 

코로나로 인해서 남편이 재택근무한지 어느덧 두 달이 되어간다. 거의 24시간 붙어있는 삶에도 우린 사소한 다툼조차 하지 않았다. 그저 이 어려운 시기에 서로가 건강함에 감사했다. 

 

결혼 3년차에 접어들며, 서로가 서로에게 익숙해진 삶 속에서 특별한 이벤트 없이도 남편에게 사랑받는다는 기분을 느낀다.

 

예를 들어, 내가 소파에 앉아 있을 때 넓은 자리두고 굳이 나한테 엉덩이 붙여 앉을 때, 샤워할 때 꼭 한 번 이상 내 이름을 부르고(오라고 부르는 거 아님) 샤워가 끝나면 조금이라도 빨리 보고 싶다며 허겁지겁 나온다. 일 방해될까봐 조용히 하고 있으면 나를 찾고 내가 무엇을 하는지 항상 궁금해 한다. 하루종일 보는 와이프한테 관심받고 싶어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춘다. 자기 전엔 자기 소확행이라며 내 다리를 주물러 주고, 수면양말을 신겨준다. 아침이 되면 배가 불러와 잠을 뒤척이는 내가 잘 잤는지 항상 물어본다. 

 

아내가 예쁘면 처가집 말뚝을 보고도 절한다던데... 내가 굳이 언급하지 않았는데 친정부모님의 결혼기념일을 기억하고, 엄마가 제일 좋아하는 노래를 연습해 친정부모님께 불러준다. 그럼 나는 내가 이렇게 남편에게 사랑받고 있지! 어깨가 으쓱해진다. 

 

남편에게 사랑받는다는 건 나에게 안정을 주고, 마음도 풍요롭게 해준다. 특별한 날 특별한 이벤트만이 중요한 게 아니란 걸 새삼 다시 깨닫는다. 

 

아이가 태어나면 육아에 치여 체력부족으로 인해 많이 다툰다고 들어 걱정이 되기도 하지만, 지금처럼 날이 좋을 때 두 손 꼭 붙잡고 산책하며 곱게 늙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