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턴 기록: 12월의 보스턴

2019. 1. 4. 02:00BOSTON + CAMBRIDGE/생활탐방 기록



12월의 보스턴




12월의 보스턴. 내가 필요한 물건이 있을 때는 자꾸 미뤄지더니, 남편이 필요한 게 생기니 바로 나가게 된다. 이게 바로 남편을 너무 사랑하는 와이프의 삶? 코플리 Copley까지 갔는데 그냥 돌아오기 아쉬워 조금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그리고 혹시나 하고 가지고 나온 카메라를 꺼내들고 주변을 둘러봤다.



뉴버리 스트릿 Newbury Street은 상점들이 옹기종기 모여있어 구경할게 많다. 미국이지만 유럽을 닮아있다. 붙어있는 벽돌집들이 영국의 빅토리아테라스 건물들을 생각나게 한다. 



집으로 돌아가려고 길을 건너는데 Old South Church와 Boston Public Library가 마주보고 있는 모습이 괜스레 웅장하게 느껴졌다. 해가 떨어졌지만 아직 5시 밖에 안되었잖아? 이 기분을 더 느끼고 싶었다.



너무 예쁜 크리스마스 리스를 들고 있던 John Singleton Copley 동상. 동상에 리스라뇨. 너무 귀엽고, 귀여워서 웃음이 나오잖아요.



가로등 장식도 이렇게나 예쁘다. 단렌즈라 더 가까이 못찍어 아쉽다.



제일 예뻤던 트리니티 교회 Trinity Church. 나만 예쁘다고 생각한 게 아닌지 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찍었고, 바쁘게 걷던 사람들도 사진을 찍는 사람들을 보면 잠시 가던 길을 멈춰서 사진을 찍었다. 아마도 이 반짝임을 간직하고 싶어서, 혹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공유하고 싶어서겠지. 나도 남편에게 다음에 같이 다시 오자며 한 장 보냈다.



트리 앞에서 나도 사진찍고 싶어 서성이는데 먼저 말 걸어오는 사람이 있었다. "Excuse me, Do you mind....."라고 말을 건 아저씨. 강아지 둘과 함께 산책 나온 아저씨였는데, 강아지들과 트리앞에서 사진을 남기고 싶다고 찍어달란 거였다. 잘됐다며, 내가 찍어줄테니 너도 나 좀 찍어줄래?라고 딜 성사. 강아지들이 너무 순하고, 한국에 있는 우리집 강아지 메리여신님이 보고싶어 더 열심히 찍어주게 됐다. 그렇게 서로 사진을 찍어주고 헤어지는데 또 다른 여자 두 분이 사진을 부탁하셨다. 중년 여성분과 조금 더 나이가 있어 보이는 여성분. 모녀라고 하기엔 많이 차이나지 않는거 같았지만 가족같아 보였다. 'Season's Greetings from Boston'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주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한 장 더 찍어주겠다고 말했다. 확인해보더니 마음에 든다며 고맙다고 답이 왔다. 워낙 사진찍는걸 좋아하니깐 기쁘게 찍어주면서, 동양인 젊은 여성에게 사진찍어 달라고 하면 80프로 이상 성공한다는 글을 인터넷에서 본 게 생각났다. 아주 잠깐 시간을 내주어 사진을 찍어준건데, 사진을 보고 웃는 사람들을 보니 나도 마음이 따뜻해졌다.



천천히 걸어본 12월의 보스턴은 그저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