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1. 16. 16:28ㆍBOSTON + CAMBRIDGE/생활탐방 기록
2018년의 마지막 날,
그리고 First Night Boston 2019
미국에서 처음 맞이했던 작년 2017년의 마지막 날, 그때는 올해랑 달리 너무 추워 밖으로 나가기 무서워 열두시 땡하기 30분전에 집을 나섰다. 도착하자마자 카운트다운하고 사진찍고, 돌아왔는데 올해는 따뜻해서 비가 온다고 했다. 비라니! 그럼 불꽃놀이는! 차라리 추운게 낫겠다 싶었다. 그리고는 오늘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지 검색해봤다. 그랬더니 First Night Boston 2019라는 이름으로 각종 행사가 있었다. 타임 테이블을 보며 현실적으로 보러 갈 수 있을 만한 것들을 체크했다.
세계에서 가장 큰 10개의 오르간 중 하나라니!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이목을 끌었다. First Church of Christ, Scientist에서 한다는데 이런 이름의 교회는 처음 들어봐 순간 걱정이 되었다. 크리스천 사이언스 제일교회는 보스턴에서 처음 생겼고, 톰 크루즈가 있다는 사이언톨로지와는 다르다. 사실 당시에는 내가 장소를 믿는 것이 아닌 단순 보스턴에서 주최하는 행사에 참여해 연주를 감상한다는 느낌으로 갔는데, 나중에 남편이 혹시 거기 톰 크루즈가 믿는다는 사이비 아니냐고 해서 검색해봤다.
여기저기 보수공사를 하고 있었는데 건물만큼은 정말 멋졌다. 지은지 얼마 안됐을텐데, 올 화이트에 비잔틴 양식으로 이정도 규모의 건물이면 건축비용 많이 들었겠다 생각했다. 이제야 와봤지만 나름 관광지라고 한다.
교회에 들어가면 이렇게 깔끔하니 예쁘다. 오르간 연주때문에 왔다고 말하니 엘레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면 된다고 안내해주었다.
오르간이 정말 컸다. 그리고 소리가 웅장하고 영롱했다. 저 수많은 파이프를 통해 나오는 연주는 가히 경이로웠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와 자리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나중에 연주가 모두 끝나고 자리를 일어서는 사람과 일어서지 않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일어서는 사람은 나와 같이 연주만 들으러 온 사람들 같았고, 자리를 지키는 사람들은 아마 교회 신도인 듯 했다.
오르간 연주가 끝나고 나오니 밖이 어둑어둑해져갔다. 다음 장소인 보스턴 커먼으로 향했다.
겨울동안 보스턴 커먼의 Frog Pond를 스케이트장으로 사용한단 얘기는 들었는데, 아직 가보진 못했었다. 마침 이 곳에서 열리는 스케이팅 쇼가 있어 잘됐다 싶었다.
2019년이 얼마남지 않아 신이나기 시작한 사람들은 더 신나게 즐기려는지 이런 화려한 모자도 사더라. 조금 촌스럽지만 더 신난다면야 기꺼이 할 수 도 있겠다.
크리스마스는 지났지만 여전히 화려하게 빛나는 크리스마스 트리. 보스턴 커먼에 있는 나무 중 가장 화려한 트리다.
쇼 시작 20분 전 정도에 도착했는데 이미 많은 사람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워낙 큰 사람들이 많아서 잘 보이지 않고 카메라를 높이 들어 겨우 찍었다. 이 쪽에서 처음에 보다가 결국 자리를 옮겼다. 사회자가 진행을 잘해 관객호응도 유도하고, 무엇보다 아기들이 나와서 스케이팅 타는건 너무 귀여웠다. 쇼보다는 재롱잔치 수준이었지만, 이 추운 날에 저 조그만한 아이들이 가볍게 입고 스케이트를 타는게 앙증맞았다. 저녁시간이 되어 남편이 나한테 조인해서 퍼레이드랑 어린아이가 있는 가족들을 위한 불꽃놀이까지 보고 집으로 가려고 했는데, 너무 추워져 결국 바로 집으로 향했다.
아쉬워하는 나에게 남편이 타테 케이크 2조각을 사줬다. 작은 행복. 집으로 돌아와 우리가 사랑하는 핫팟을 해먹으려고 준비하는 중 밖에서 폭죽이 터지는 소리가 들렸다. 바로 아파트 옥상으로 달려나갔다.
아주 쬐끔 보이는 우리가 놓친 불꽃놀이. 이미 비는 내리기 시작했다. 그래도 이렇게라도 보니 흥이 났다. 데크에 제일 먼저 도착한 건 우리 부부였는데, 조금 있으니 아이들이 있는 가족들이 하나 둘 올라와 같이 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대망의 11시 30분. 비가 정말로 오니깐 조금 고민됐지만, 헌터를 신고 출발했다.
보통 어느정도만 비가 내리면 사진에 잘 찍히지 않는데, 너무 어마어마하게 와서 빗줄기 하나하나가 사진에 찍혔다. 우산을 든 사람들, 우비를 입고 나온 사람들, 모두 함께 카운트다운을 하려고 코플리로 모였다.
진흙이 된 바닥에 서자마자 순식간에 시작된 카운트다운. 그리고 불꽃놀이. 사실 많은 비 때문에 작년보다는 훨씬 덜 화려하고, 짧은 불꽃놀이였지만, 그래도 이렇게 남편과 2018년을 마무리하고 2019년을 맞이하는게 좋았다. 본인의 취향과 상관없이 내가 하고싶어하는 것들은 보통 다 따라주는 남편 고마워.
2019년아, 올해도 잘 부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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