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새로운 친구를 사귀는 것에 대하여

2018. 7. 20. 10:32내가 사랑하는 삶



동생과 함께한 대략 2주간의 미국여행이 끝나고 보스턴에서 2주 같이 쉬었더니 약 한 달을 찰떡같이 붙어 지내게 되었다. 뭔가 눈을뜨면 뭐든 함께하던 사람이 곁에 있다가 간다고 하니 부쩍 외로운 기분이었다. 남편은 나랑 삼시세끼 다 같이 먹고 여가시간도 함께 보낸다지만 바쁘기도 하고 같이 수다를 떨 사람이 필요한 건 어쩔 수가 없다.


조금 더 건강한 미국생활을 유지하려면 역시 친구가 더 필요하단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MIT Spouse 모임에 참여해 친구를 사귀려고 했다. 마침 음악회 이벤트가 있었는데 좋아하는 드뷔시 곡도 있어 바로 신청했다. 나중에 온 이메일로 인해 해당 이벤트가 야외음악회인 걸 알게 됐다. 그 순간 든 생각이 혹시 아무하고도 못사귀어서 나혼자 보게되면 어쩌지 라는 생각이었다. 1월에 한번 모임에 간 적이 있는데 많은 사람들이 새학기인 9월부터 사귀어서 이미 그룹화가 많이 되어 있었다. 그래서인지 게으른 것 반, 어색한 것 반이 모여 그동안 다시 가지 못했었다. 그룹화에 대한 경험 때문인지 어쩐지 걱정이 앞섰다.


하지만 이런 막연한 걱정때문에 아무것도 도전하지 않으면 나는 제자리일 수 밖에 없단 생각이 들어 혼자서 모임장소로 향했다. 결과는 엄청난 당혹스러움이었다. 농담아니고 정말 거의 모두가 부부 혹은 아이까지 함께 왔다. 몇 명과 이야기해보니 가족이 아닌 학생들도 있었다. Spouse 모임에서만 모인게 아니라 International Students에서도 왔었는데 visiting이 많아서 연구 주제만 이야기하게 되니 소외되는 기분이 들 수 밖에 없었다. 공대주제는 내가 참여하기에 한계가 있었다... 그것도 MIT니 더더욱ㅠㅠㅠ


그래서 남편에게 연락을 했다. 고맙게도 바로 달려와준 고마운 남편! 같이 모임에서 준비되었던 피자를 먹고, 함께 공연도 봤다. 이때는 남편이 진정 백마탄 왕자님같이 보였다.



친구가 필요한데 새로운 친구를 일부러 사귀는 것에 대한 부담감. 항상 친구가 많다는 이야기만 들으며 살아왔기에 일부러 누군가랑 사귀기 전에 자연스레 사귀게 되는 경우가 많아 이런 부담감이 존재할지 몰랐다.


길자면 길고 짧자면 짧을 미국 생활. 맘 맞는 친구를 사귈 수 있기를!


Ps. 보스턴/캠브릿지에 사시면서 친구찾으시는 분은 저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