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인스타그램을 지운 지 2주가 되었다.

2018. 2. 27. 12:56내가 사랑하는 삶


인스타그램을 지운 지 2주가 되었다.



지운 이유는 간단했다. 미국에 오면서 상대적으로 시간이 여유로워졌고, 그 시간을 배움에 쓰는 것이 아닌 잠깐의 오락에 쓰는 시간이 많아졌다. 인스타그램에서 다른 사람의 삶을 보는 것과 유머자료를 보는데 시간을 너무 많이 할애하기 시작했다.



인스타그램은 참 유용한 툴이었다. 어렸을 때 부터 사진으로 순간을 남기고 기억하고, 추억하는 걸 좋아했던 나는 자연스레 시각적인 것에 약했다. 인스타그램은 그만큼 시각적인 궁금증을 해결해주는 좋은 수단이었다. 



인스타그램을 처음 시작한 2011년에는 소셜을 위한 매체가 아니었다. 이걸로 사진을 찍으면 필터로 예쁘게 바꿀 수 있으니 꼭 다운받아야 한다는 이태리 친구의 권유로 시작했다. 한 두번 찍어봤을까? 그때에는 싸이메라라던지 이제 이름도 기억안나는 많은 카메라 어플들이 있어서 잘 손이 가지 않았다. 1년 쯤 뒤에는 겨우 한 두장 쯤 친구들과 찍은 사진을 올리기 시작했다. 유럽에서는 정말 인스타그램이 유행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2014년 한국으로 돌아가면서부터는 잘 하지 않게 되었다. 그때까지도 인스타그램은 카메라 필터용이었고, 소셜로는 페이스북이 대세였으니깐. 그러다 인스타그램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하더니 곧 소셜뿐 아니라 정보를 찾는데도 너무 유용한 수단이 되어버렸다.



새로운 지역에 가면 해시태그로 간단하게 여행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예쁜 장소라던지, 맛있어 보이는 음식이라던지, 요즘 사람들에게 핫한 곳이라던지. 그리고 나도 열심히 해시태그를 달며 정보를 뿌렸다. 그렇게 좋은 곳, 행복한 모습, 맛있는 음식을 주로 올렸던 것 같다. 살면서 인터넷 커뮤니티 활동을 전혀 해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항상 소식이 느렸다. 너무 웃긴 자료를 봐서 공유하면 고전자료를 가져왔다며 타박을 받았다....트위터라도 했더라면, 커뮤니티 활동을 하지 않았어도 빨랐을 수 있지만... 트위터 또한 해본 적이 없었다. 인스타그램은 팔로우를 얻기 위해 재밌는 자료를 하루에도 여러개 씩 올려주는 계정이 넘쳐났고, 나도 유머자료에 뒤쳐지지 않을 수 있었다.



그래서 지웠다. 어카운트를 지운 건 아니다. 인스타그램을 나쁘게 생각해서 지운게 아니니깐. 핸드폰에서 어플만 지웠다. 내 시간을 책임감있게 활용하지 못한 나에 대한 처벌같은 거였다. 이렇게 어플을 지운게 처음도 아니었다. 처음 지웠던 어플은 페이스북이었던 것 같다. 페이스북은 외국친구들과 연락을 할 수 있는 유일한 매개체였다. 하지만 어느순간부터 친구들의 소식보다 잠깐 볼 수 있는 자료들이 넘쳐나기 시작했다. 한 번 보기 시작하면 30분은 거뜬하게 봤던 것 같다. 그 시간에 책을 읽었더라면 얼마나 많은 책을 읽었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과감하게 어플을 지웠다. 그렇게 1년을 보지 않았다. 그 당시 같이 열심히 보던게 카카오 채널이었다. 이것도 지우고 싶었지만 지울 수가 없었다. 채널을 지우려면 카카오톡을 지워야했다. 그래서 지우지 못했다. 카카오톡에 문의 메일을 보냈었다. 카카오 채널을 보고 싶지 않은데 보게 되니, 비활성화 할 수 있게 옵션을 넣어달라고 요청했다. 돈을 벌기 위한 기업이니 당연히 받아들여줄리가 없었다. 알면서도 나의 의지를 한 번 더 관철해보려고 보냈었던 것이기에 크게 실망하진 않았었다. 카카오 채널을 보지 않겠다는 나의 저항으로 보낸 문의가 불가능하다란 답변으로 돌아왔지만 그 행위 자체만으로 나의 동기가 될 수 있었다. 그렇게 나의 시간을 많이 앗아간 페이스북과 카카오채널로부터 멀어지려고 노력했다. 어찌보면 너무나도 엉뚱하고 웃긴 나의 저항이었다.



그리고 본격 시작했던 게 인스타그램이었던 것 같다. 나의 웃긴 저항이 단순히 인스타그램이라는 또 다른 존재로 대체된 것이었던 것 같다. 처음은 그러지 않았지만 최근 부쩍 그렇게 변했으니깐. 그래서 지운 인스타그램. 행복해 보이는 다른 사람들의 삶을 보는 데 시간을 너무 많이 썼다. 당연히 나도 행복해 보이는 사진을 찍어야 한다는 생각은 자연스러운 것 이었다. 3초 웃기고 잊을 자료들을 보는데 많은 시간을 썼다. 나의 마음에 남아 오랜 시간 나에게 따뜻함으로 남을 글들이 아닌 잠시 머무는 웃음을 찾고 또 찾았다. 이런 깨달음은 곧 나 자신을 스스로 한심한 사람으로 여기게 만들었다. 좀 더 내 삶을 다양하게 풍족시켜야 하는데......반대의 시간에 많은 시간을 썼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을 지우니 직접 연락하지 않으면 친구들의 소식을 알 수 없게 되었다. 하지만 지우기 전에도 친구들의 소식을 알았던가? 극히 일부분만 알았던 것 아닌가? 



낭비하는 시간이 사라지니 심심해졌다. 심심해져 그동안 미루었던 일들을 하게 되었다. 소중한 가족들과 함께한 사진 정리라던지, 나를 남기려 했던 블로그 글을 쓴다던지, 친구들에게 아날로그 식 편지를 쓴다던지, 책을 읽는다던지. 하지만 아직도 낭비하지 않는 시간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저 나의 치기에 정당성을 붙이려 노력하고 있다.



아마 인스타그램을 다시 깔 날이 금방 돌아올 것 같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인스타그램이 없는 시간에 익숙해지고, 나의 삶을 더욱 사랑할 수 있을 때로 미루고 싶다.



"It's actually your duty to live it as fully as possib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