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미드 기록: ‘하우스 오브 카드’ 팬이라면 봐야할 ‘지정 생존자’

2018. 11. 16. 19:49문화생활 기록


넷플릭스 오리지널


지정생존자


Designated Survivor




정말 재밌게 봤던 넷플릭스 오리지널에는 ‘센스8’, ‘하우스 오브 카드’, ‘기묘한 이야기’, ‘루머의 루머의 루머’가 있다. 특히 ‘센스8’은 너무 다양한 주제를 담고 있어 개인적으로 탑 미드라고 생각한다. ‘센스8’ 이후로 배우 배두나가 더 좋아져 ‘비밀의 숲’을 봤을 정도! 하지만 이 정도 외엔 그냥 볼만 하다 정도이지 엄청 끌릴 정도로 재밌게 본 것이 없었다. 특히나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는 더 처참했다. ‘루머의 루머의 루머’에서 열연한 딜런 미네트가 출연한 ‘열린 문틈으로’는 정말 시간이 너무 아까운 영화였다. 스티븐 킹 작품을 원작으로 한 ‘제럴드의 게임’도 많이 아쉬운 작품이었다. 그렇게 제작에 투자를 많이 하는 넷플릭스에서 양외에 질을 찾지 못했고, 그렇게 나의 관심은 멀어져가는게 아닌가 싶었다.

아무리 재밌게 본 것도 두 번 이상 보지않는 성향과(왕좌의 게임 제외) 넷플릭스를 믿기엔 오리지널 영화에서 데인 탓에 하나의 미드를 시작할 때마다 리뷰만 보고 시작도 하지 못하길 몇 번 째, 어느덧 나의 피드에 뜬 ‘지정생존자’를 리뷰 한 번 검색해보지 않고 시청하기 시작했다.


‘지정생존자’란 미국 대통령과 모든 내각들이 한 자리에 모여있을 때 각종 테러를 비롯하여 그들에게 위험이 닥쳐 나라가 마비될 것을 대비하여 한 사람을 지정하여 그 자리에 참석하지 못하게 하고 만일의 사태가 발생하였을 시 대통령으로서 임무를 수행할 자를 지칭하는 것이다. 제목과 걸 맞게 ‘지정생존자’의 주인공 톰 커크만은 지정생존자로 지정되었다가 대통령이 된다.

첫 화에서 국회의사당을 폭파하고, 미국 대통령과 모든 정치인이 한 자리에서 죽는데다가 정치인도 아니며 실질적으로 권력에서 밀려난 사람이 대통령이 된다니? 지금까지 들어보지도 못한 컨셉이었다. 이미 첫 화 첫 순간부터 그 다음이 궁금해 출구없는 정주행이 시작됐다.

줄거리를 적어봤자 이 글을 읽는 사람에겐 스포일 뿐이고, 나에겐 내가 느낀 점을 남기는 것이 진정한 기록이기에 감상을 적어보려고 한다.


​​1. ‘지정생존자’는 프로듀스101과 닮아 있다.

물론 ‘지정생존자’는 우리가 국민 프로듀서가 되어 투표를 하고 우리의 원픽이 대통령이 되는 것이 아니다. 그는 ‘지정생존자’(미국 대통령을 포함한 모든 내각이 테러로 인해 죽는다는 어이없는 일이 발생하기 전 지정생존자는 그저 정치싸움의 말단에 있는 사람이 떠맡는 걸로 드라마에서 나온다)로 지정되었고, 그의 의지와 상관없이 국가의 존망 상태에서 대통령으로 선서한다. 바로 여기서 프로듀스101과 닮아 있다. 그는 정치싸움의 말단에 있을정도로 정치에 대해선 어리숙하고, 단호하지 못한 모습이 적나라하게 표현된다. 하지만 정치에 대해선 어리숙할지라도 그는 신념이 있고, 올바른 일을 하고자 한다. 시청자는 그의 연약함과 정직한 면, 도덕성과 신념을 동시에 보며 어느덧 그가 잘해내기를 진심으로 응원한다. 수많은 미국 드라마에서 이미 처음부터 완벽한 완성형 주인공을 제시하는 반면, 지정생존자에서는 완성형 주인공을 제시하지 않는다.(물론, 대통령으로서 완성된 사람은 아니지만 인간적으로 완벽한 인물이라는 모순이 존재하지만)


​​2. 할리우드를 뒤이을 미국 문화 제국주의

이미 할리우드가 미국을 영웅화하는데 엄청난 일조를 했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세계를 위협하는 인류의 적을 만들어내고, 고난과 역경, 개인의 문제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그 인류의 적을 물리치고 세계를 안전하게 만들어 주는 존재는 다름아닌 미국인이며, 미국이다. 세계의 영웅들은 미국으로 몰리고, 미국은 정의를 실천하며 지킨다. 우리는 미국이 항상 영웅도 아니며, 그들도 철저히 자국의 이익을 위해 움직인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어릴때부터 자연스럽게 영화를 보며 우상시 되는 것은 쉽게 버릴 수가 없다. 그것이 바로 문화지배가 무서운 이유이다. 난 미국이 우상화 되는 것을 ‘지정생존자’를 보며 다시 한번 느꼈다. 톰 커크만은 드라마 속 대통령이지 실제로 존재하는 대통령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가 인류를 생각하고 단 한명의 국민을 살리기 위해 쉬운 길을 선택하지 않는 것을 보고 미국은 그런 국가라고 생각하게 만들었다. 한국이 모든 자국민을 지켜주지 못하듯 미국 또한 모든 자국민을 지켜주지 못할 것임에도 미국은 세계에 대한 영향력이 있고, 국민을 보호하고자하는 대통령의 신념이 있기에 모든 국민이 지켜질 것이라는 믿음을 제공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미국을 넘어서 세계를 지키는 수호자라는 이미지를 강하게 심어준다. 다른 나라가 위험에 처해있을 때 아낌없이 지원하며, 일촉즉발의 외교 상황에서 미국의 이익이 아닌 전인류의 이익을 위해 중재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사실 미국이 다른 나라의 내정간섭을 하는 것은 그 어떤 이유도 타당하지 않다. 하지만, ‘지정생존자’ 속의 미국은 중재하는 모습이 자연스럽고, 그 속에는 어떠한 사적인 이익도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는 그렇게 본국의 이익을 우선 추구하지 않고 세계의 안전을 최우선시하는 미국의 이미지를 머리속 깊이 주입하여 그들의 개입을 정당하다고 여기게 될지도 모른다.


문화 제국주의 이야기를 꺼내어 가며 비판하면서도 이 드라마를 추천하는 것은 아이러니할지도 모른다. 그만큼 이 드라마는 매력적이다. 정치를 한 적이 없는 한 대통령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는 것과 지금껏 보지 못하고 우리가 꿈꾸기만 한 도덕관념을 가진 대통령이 한 국가를 이끌어가는 것은 참으로 멋지다.

시즌1과 시즌2는 내용의 흐름도 다르고, 재미를 느끼는 포인트도 다르다. 개인적으로 시즌1이 더 완성도도 높고, 집중도도 높지만 시즌2도 나쁘지 않다. 시즌2 초기에 스토리가 탄탄하지 못한 느낌이 잠시 들었지만 회가 거듭할 수록 그것도 안정되어갔다.

그냥 생각없이 보기에도 충분히 재미있고, 다양한 것들을 생각해보며 보기에도 재미있다. 톰 커크만은 가상인물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상기하며 간만에 재밌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를 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