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임신 기록: 8주차 초음파 검사(쌍둥이를 확인하다)

2020. 5. 18. 07:29미국에서 쌍둥이 아들맘되기

미국은 보통 임신 확인 후 첫 초음파 검사를 8주쯤에 잡아준다. 초음파로 아기집을 확인하기 전엔 양가 부모님께 알리지 않으려고 했지만, 우리 부부의 인내는 그렇게 길지 못했다. 그래서 피검사로 임신을 확인한 4~5주 쯤 양가 부모님께 알렸다. 다들 너무 좋아해주시고 축복해주셨다. 우리는 아직 조심스러운 시기니 가족끼리만 알았으면 좋겠다는 말을 잊지 않고 붙였다. 

 

그리고 나의 지옥같은 입덧도 4~5주 쯤부터 시작되었는데 덕분에 사람들을 만날 수가 없었다. 보스턴에 친구가 많지 않아 내가 좋아하는 동생에겐 미리 임신사실을 알렸는데, 초음파를 보러가기 1주일 전 쯤 아침 일찍 동생에게 연락이 왔다. 동생이 지난 밤 꿈에 뽀얗고 예쁜 백사 두 마리를 봤는데, 그 중 한 마리가 동생을 콱 물었다고 했다. 동생은 태몽같은데 본인의 태몽일리 없다고 내 태몽인 거 같다고 했다. 나도 딸을 낳은 꿈 외엔 태몽다운 태몽을 꾸진 않았기에 그 이야기를 듣고 너무 기뻤다. 게다가 뱀꿈은 지혜로운 딸을 낳는 꿈이라니! 너무 찰떡같았다. 동생은 "언니, 근데 쌍둥이일리는 없지?"라고 물었고, 나는 그럴리 없다고 답했다. ............ 동생은 어떻게 알았던 걸까? 우리 부부도 몰랐던 쌍둥이 임신을! 지금 생각하니 진짜로 동생이 꿔준 꿈이 우리 아이들 태몽이다. 

 


 

임신 8주차 Ultrasound 

아침 9시 반.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초음파 검사! 체크인을 하고 대기실에서 기다리다 보면 테크니션이 와서 초음파실로 데려간다. 남편이 동행해도 되는지 묻고, 함께 했다. 초음파를 보러 오기 전에 인터넷에 있는 몇 개 초음파 사진을 보긴 했었는데, 눈이 똥눈인지 사실 뭐가 뭔지 구분도 잘 안됐다. 그래서인지 테크니션이 아기집을 찾았을 때도 저게 아기집이고 저게 난황인가? 멀뚱멀뚱 신기해하며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테크니션이..... "축하해! 쌍둥이야!"라고 말하는게 아닌가! 난 너무너무 놀랐고, 상상조차 못했던 일에 그만 눈물이 나고 말았다. 

 

재차 정말 쌍둥이인지 물었고, 확답을 받았다. 아이들의 심장소리는 듣지 못했지만, 빠르게 뛰는 심장도 보여주었다. 저 작디 작은 생명체에서 어떻게 저렇게 강한 심장박동이 느껴지는지 신비로웠다. 그 후 테크니션은 자세한 이야기는 나에게 직접해 줄 수 없다고 닥터가 해줄거라는 말을 남기고 잠시 자리를 비웠다. 그 사이 남편과 나는 서로를 바라보며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너무 놀랐고, 너무 기쁘면서도 당황스러웠다. 우리 인생에 쌍둥이가 자리잡을 거라곤 단 한 번도 상상하지 못했다. 기쁘기만 해야할 순간에 많은 걱정이 함께 몰려왔다. 다시 들어온 테크니션이 초음파 사진을 뽑아주었고, 초음파는 끝났으니 닥터를 만나러 가면 된다고 일러주었다.

 


 

닥터를 만나기 전 대기실에서 본격적으로 우리의 호기심이 시작되었다. 아까 전엔 당황스러워 아무 생각도 못했지만, 쌍둥이라는 것을 받아들이고 나니 일란성인지 이란성인지도 너무 궁금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러하듯 쌍둥이에 대한 지식이 거의 전무했다. 일란성 쌍둥이와 이란성 쌍둥이가 영어로 뭔지도 몰랐다. 일란성 쌍둥이는 Identical Twins였고, 이란성 쌍둥이는 쉽게 Non-Identical Twins라고 하면 될 것 같았다. 

 

테크니션이 준 건 초음파 사진이 다는 아니었다. 초음파와 관련한 리포트도 있었다. 거기엔 아이들의 상태에 대해 간략하게 적혀 있었다. 심장박동수, 양수의 양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우리 눈에 들어온 건 'dichorionic, diamniotic twins'. 검색해보니 2융모막, 2양막이란 뜻으로 이 자체만으론 일란성인지 이란성인지 알 수가 없었다. 이란성의 경우도 2융모막, 2양막을 가지고 있고, 일란성의 경우도 수정초기에 분할됐을 경우 2융모막, 2양막을 가지기 때문이라고 한다.

 

자세한 내용은 전문가가 설명을 잘해 준 ☞ 쌍둥이 임신 - 일란성인가? 이란성인가? - 블로그 참고

 

떨리는 마음으로 닥터를 만났는데, 우리가 예상했던대로 일란성인지 이란성인지 알 수 없다고 답해줬다. 혹시 나중에 성별이 다르면 이란성인걸 알 수 있지만, 확실한 건 태어나봐야 알 수 있다고 했다. 바로 알 수 없어 아쉬웠지만, 아이들 심장박동도 양수도 전체적으로 정상인 것에 만족했다. 기다리던 아이가 우리에게 찾아왔고, 한 번에 둘이 생긴 우리에겐 새로운 삶이 시작되는 듯 했다. 남편, 우리 잘 할 수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