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임신 기록: 임신을 확인하다

2020. 5. 13. 05:11미국에서 쌍둥이 아들맘되기

2020년 1월 3일

지난 밤 참 신기한 꿈을 꿨다. 꿈 속에서 딸을 낳았는데, 갓난아기는 아니었고 혼자서 앉을 수도 설 수도 있는 아기였다. 같이 시간을 보낸 딸은 너무 사랑스럽고, 똑부러지는 아기였다. 꿈 속이었지만 난 곧 내가 꿈 속에서 깰 걸 알았고, 딸 아이는 그런 나에게 "엄마! 내 이름은 하주원이에요. 나를 잊지 말아요!"라는 말을 남겼다. 그리고 이내 나는 꿈에서 깼다.

 

너무 묘한 꿈에 싱숭생숭하고 있다가 오후가 되어서도 잊혀지지 않았다. 그래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임테기를 해보았다. 임테기를 하기엔 너무 이른 시기긴 했지만 궁금했다. 결과를 기다리는 그 짧은 시간이 길게 다가왔고, 임신을 기다리던 사람에게만 보인다는 매직아이 두 줄이 나에게도 보이는 거 같았다. 

 

그때는 헷갈렸는데 지금 보니 두 줄 맞다!

 

갑자기 심장이 터져나가는 거 같았다. 아주 흐릿하지만 두 줄이 보이는 것 같았다. 임신이 확실해 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남편에게 서프라이즈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나는 그런건 머리 속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지금 당장 이 심장 두근거림을 공유할 사람이 필요했다. 출근한 남편에게 호들갑을 떨며 사진을 보냈다. 사진을 받은 남편은 혹여나 나중에 내가 실망할 일이 생길까봐 날 진정시켰다. 그동안 너무 순진했던 나는 피임 한 번 안하면 당연히 임신이 되는 건줄 알았고, 그렇지 못한 내 상황에 나에게 문제가 있는 줄 알고 울적해 했기 때문이다. 며칠 뒤에 다시 확인해보자는 말을 했지만, 꿈과 임테기 결과가 너무 놀라워 내 마음은 쉽게 진정되지 않았다.

 


 

그 뒤 며칠간 같은 시간대에 임테기를 했는데, 색은 꾸준히 진해졌다. 임신이었다. 병원에서도 세 번의 피검사를 통해 HCG수치가 정상적으로 오르는 걸 확인하며 임신을 확인했다. 내가 엄마가 된다니! 특별한 증상도 없었기에 내 임신을 더욱 믿을 수가 없었다. 

 

나도 임신 전 임신증상놀이를 많이 했었기 때문에, 내 임신증상에 대해 적어보자면 오로지 다른 점은 '잠'이었다. 누군가는 아랫배가 아프고, 누군가는 가슴이 아프고 한다지만 그 증상들은 생리 전 증후군과 비슷해 헷갈리기 일수였다. 실제로 이번 임신때 나는 그런 증상이 없었다. 확연하게 다른 것은 평소에 낮잠을 자지 않는 내가 너무 피곤해 낮잠을 안자고 버틸 수가 없었단 거였다. 

 

막상 임신이 되고나니 혹시나 잘못되어 아이를 잃지 않을까 걱정이 되기 시작했지만, 정말 기뻤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나를 닮은 아이를 갖게 된다는 것은 축복이 확실하다. 주원아 우리집에 온 걸 환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