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여행기록: V&A 박물관으로 산책가는 여자

2018. 4. 28. 06:33EUROPE/'18 런던 & 파리 여행



V&A 박물관으로 산책가는 여자



미술이론 전공자로서 가장 많이 듣는 이야기는 미술관에서 무엇을 봐야 할지 모르겠다라는 이야기이다.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 더 좋아하는 장르가 있듯,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이 더 좋아하는 음식이 있듯, 미술도 자기가 더 좋아하는 작품이 있는거다. 모든 미술작품을 좋아할 필요는 없다. 그렇게 생각하면 조금 간단한 문제지만 아직 덜 대중적인 미술은 아직도 어려운 존재인가 보다. 가족 중에서도 이렇게 미술관에 가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 있고, 덜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 그저 같은 시간에 무엇을 하는 것이 더 좋은지 취향 차이이다. 그렇다보니 좋아하지 않는 사람을 데리고 장시간 미술관에 있는 것은 서로에게 피곤한 일이 된다. 그래서 우리가 찾은 합의점은 미술관에 산책을 가는 것이었다. 런던은 대부분의 박물관, 미술관이 특별전을 제외하곤 무료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우리가 산책지로 선택한 곳은 바로 V&A 박물관(Victoria and Albert Museum). V&A 박물관이라고 할 수 도 있고, 사실 미술관이다. 아트와 디자인이 주로 전시된다.



V&A는 사우스켄싱턴에 있다. 이 곳에는 V&A뿐만 아니라 Natural History Museum, Science Museum 등등 박물관들이 많이 모여있는 곳이다. 그래서인지 이 지역이 항상 좋았다. 건물들도 너무 예쁘다. 간만에 봐서 더 그랬을까.



우리가 간 날은 '곰돌이 푸' 전시를 하고 있었는데, 티켓을 미리 구입하지 않았어서 볼 수가 없었다. V&A에서 하는 특별전은 퀄리티가 좋아 매진이 잘 되기 때문에 온라인으로 미리 티켓을 구입하는 것이 좋다.



박물관에 들어가면 가장 먼저 우릴 반기는 데일 치훌리 Dale Chihuly의 작품 'Ice Blue and Spring Green Chandelier'. 하지만 사람들은 보통 V&A 샹들리에라고 많이 부른다. 데일 치훌리의 작품은 언제봐도 정말 아름답다. 공예와 예술이 만난 작품으로 V&A에 딱 맞는 그리고 잘 어울리는 작품인 것 같다.



박물관 안쪽에는 이렇게 안 뜰이 있다. 햇볕이 따뜻한 날에 이 곳은 그야말로 천국. 정말 산책으로 오기에 너무 좋다. 이 날은 조금 흐렸지만, 흐린 날에는 흐린 날만의 운치가 있다. 이렇게 멋진 건축물의 박물관엔 꼭 작품만 보러 갈 필요가 없다. 이 공간을 충분히 즐기면 된다.



뜰을 지나 건물에 들어가면 이렇게 황홀한 카페가 있다. 자리가 없어서 못앉을 지경. 이렇게 멋진 카페를 놓칠 수 없다.


이렇게 뜰도 산책하고, 카페도 들리면 한결 이 공간과 친숙해진다. 그러면 자연스레 작품에도 눈이간다. 얼마전에 이스라엘에 다녀온 부모님도 전에 관심없던 중동지역 예술작품들을 유심히 관람했다. 여기에 살짝 설명을 덧붙여주면 관심이 적었던 사람들도 흥미롭게 받아들인다. 



박물관, 미술관은 그런 것 같다. 전투하듯이 모든 걸 다 봐야한다고 생각하고 가지 않아도 된다. 산책하듯 훑어보며 그 문화를 느끼고, 관심이 더 가는 것만 봐도 좋다. 문화는 즐기는 것이지, 고문하는 것이 아니니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