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불길한 아름다움에 대하여

2019. 1. 26. 14:14내가 사랑하는 삶



2019년 1월 20일 슈퍼 블러드 문이 떴다. 밤 11시 40분부터 시작되어 약 한 시간 가량 이어진 개기월식. 이 날 체감 온도는 영하 26도였다.


평소였다면 이 시간에 이 날씨에 나가지 않았을텐데, 무슨 바람이 불어서였을까? 망원렌즈도 아닌 라이카Q를 가지고 찍어보겠다고 옷을 겹겹이 입고 삼각대를 들고 나섰다. 이 늦은 시간에 문이 열려 있는 높은 건물은 없겠지 하고 길거리로 나서 달을 찾기 시작했다. 평소보다 달이 크다는 슈퍼 문과 개기월식으로 인해 달이 붉어진다는 블러드 문이 합쳐진 슈퍼 블러드 문. 하지만 평소보다 가깝게 느껴지진 않았다. 늦은 시간이라 사람이 적어 길에서 사람을 마주칠 일이 없었다. 하긴 이 추위에 나와서 보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금세기에 3번 밖에 볼 수 없다는 슈퍼블러드문. 동서를 막론하고 붉은 달은 종말과 불길함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코 끝 시리도록 추운 겨울 오늘 밤엔 주변 별들과 함께 그저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다. 무서움의 대상이 아닌 자주 볼 수 없는 그 경이로운 모습을 오래 기억하고 싶어 눈에 꾹꾹 담았다. 30분이 채 지나기도 전에 몸이 얼어붙는게 느껴져 아직 퇴근하지 못한 남편 연구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건물 앞에 도착하자 아쉬운 마음이 들어 다시 한 번 셔터를 누르기 시작했다. 그 시간에 다시 랩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이 나를 보고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바쁜 삶 속에 개기월식이 있는지도 몰랐던지 내가 자리를 뜨도록 한참을 그저 바라보고 있더라. 그의 표정에도 무서움과 불김함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