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올해도 온전히 사랑받은 생일

2018. 9. 12. 13:59내가 사랑하는 삶




미국에 있어 한국에 있는 가족들과 친구들과 떨어져 안좋았지만, 올해 생일은 조금 더 기분좋게 시작했다. 한국보다 늦은 시차덕에 생일 당일 전부터 엄청나게 많은 축하메세지를 받은 것! 미리 생일 축하를 받으니 일찍부터 생일을 시작한 것 같았다. 그리고 이렇게 많은 친구들이 아직 나의 생일을 기억하고 멀리서도 축하해주니 사랑받는 것 같아 행복해졌다.



생일 당일에 시간이 부족할 것 같다고 전날부터 내 미역국을 끓이기 시작한 남편. 그런 모습이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생일 아침에 평소보다 훨씬 일찍 일어나 내 생일밥을 차리는 남편을 보며 모른척 해야 하는 상황이 그저 웃음 나왔다. 밥을 다 차렸는지 케이크에 초를 붙여 노래를 부르며 날 데리러 왔다. 언제 케이크에 이렇게 예쁘게 이름까지 남겼는지, 이러니 사랑 안할 수가 있나.





미역국 끓이는데 아직 서툰 남편이었지만, 그의 어제와 오늘의 고생을 알아 그저 맛있었다. 간만에 먹는 아침밥이 정말 맛있었다.





그리고 받은 생일 편지. 편지에는 나에 대한 애정과 깜짝 선물이 있었다. 올 여름 그랜드캐년을 다녀온 뒤 옐로스톤이 너무 가고싶어 하던 나에게 깜짝 선물로 자신의 휴가+옐로스톤행 비행기 등을 선물해줬다. 숙소도 다 정하고 싶었지만, 상의하고 싶은 내용이 많아 아직 확정하지 못했다는 남편. 진짜 그 무엇보다 받고 싶었던 선물이었다. 






이미 며칠 전에 도착한 가족들의 카드도 꺼내 읽어보았다. 일부러 생일에 읽으려고 미리 꺼내보지 않았는데, 그러길 잘한거 같다. 엄마아빠의 카드를 읽으며 그리워 울컥했고, 동생의 편지에 또 하나의 동생 우리집 메리 사진과 메리털, 메리 글씨가 써있는 걸 보니 입가에 웃음이 번졌다. 나를 기쁘게 해주려고 메리 손에 펜을 쥐고 따라썼을 동생을 생각하니 귀여웠다. 엄마아빠에겐 무엇보다 갖고 싶었던 Leica Q를 선물받았고, 동생에겐 에어팟을 선물 받았다. 물질적인 거 중요한 건 아니지만 내가 뭐가 필요한지 생각해보고 선물해준 게 그저 고마웠다.





이웃에 사는 좋은 언니는 잠깐이라도 직접 축하해주고 싶다고 나를 불러 커피도 사주고 예쁜 케이크도 사줬다. 여러개 사주고 싶다고 더 고르라는 걸, 집에 먹을 사람이 없어 두 개로도 충분하다고 했다. 알게 된 지 얼마 안 된 언니지만 곧 잘 챙겨주고, 생일카드까지 써준 언니에게 참 고마웠다.




그리고 저녁은 보스턴 시내가 한눈에 보이는 곳에서 멋진 식사를 했다. 지난 크리스마스 이후에 남편과 옷을 차려입고 나와 데이트한 건 처음인 것 같았다. 남편 생일엔 남편이 먹고싶은게 캐쥬얼한 편이라 차려입긴 좀 그랬으니깐.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받는다는 것. 사랑하는 사람들이 날 축복해준다는 것. 그것만큼 행복한 일은 없는 것 같다.



마지막으로 내 생일이기도 하지만 내가 후원하는 아이의 생일이기도 한 날. 올해도 어김없이 사전에 선물금을 입금하고, 그 아이에게 꼭 필요한 것을 구매할 수 있도록 기원했다. 어느덧 3번째 생일을 함께 맞이하고 있는 아이가 건강하게 자라고 있는 걸 보니 흐뭇하고, 내 생일보다 더 축복할 수 있는 이가 존재함에 감사했다. 이 행복한 마음이 매일매일 이어지길.



올해도 온전히 사랑받은 생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