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보스턴 천둥번개 치던 날

2019. 7. 24. 10:26내가 사랑하는 삶

 

천둥번개 예보가 있던 날. Flash Flood 경보 문자가 온 날. 문득 하늘을 보니 구름이 장엄하게 펼쳐져 있었다. 그 구름이 너무 멋있어서 카메라를 들어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아무리 찍어도 눈앞에서 펼쳐지는 걸 그대로 담을 수가 없었다. 자연의 경이는 카메라에 담기지가 않는 것처럼 말이다. 

 

곧이어 번개가 치기 시작했다. 비는 아직 내리지 않지만 저 멀리 먹구름이 몰려왔다. 그리고 번개가 수없이 치고 있었다. 

 

 

순간 누른 셔터에 찍힌 번개 사진! 정말 끄트머리에 찍혔지만, 번개였다. 이 행운을 발판 삼아 정 가운데로 찍고 싶어 여러번 재시도했지만, 번개 치는 곳을 예상하는 것도 불가능한 것이고 삼각대와 노출없이 손으로 순간적으로 찍는 건 정말 불가능이었다. 그저 저멀리 먹구름이 비를 몰고 오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으로 만족했다. 

 

 

저 멀리 클리어하게 보이던 보스턴 다운타운 쪽이 안개와 먹구름으로 덮이고 있었다. 

 

 

이내 Flash Flood 경보에 걸맞는 장대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그 맑았던 풍경이 어디갔다 싶을 정도로 앞이 보이지 않았다. 날씨가 시시각각 변하는 걸 보자니 아직 퇴근하지 못한 남편이 걱정됐다. 다행히도 남편이 집으로 돌아올 때 쯤엔 빗줄이 많이 약해졌다. 데리러 가지 않아도 된다는 답을 듣고 집에서 기다렸다.

 

집에 돌아온 남편이 품에서 박스 하나를 건네줬다.

 

 

비에 젖은 박스에는 내가 좋아하는 타테 케이크가 들어 있었다. 정말이지. 이러니 사랑 안 할 수가 없다. 매일이 행복한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