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준비일기: 예비시부모님 선물 및 상견례 후기(대전 삿뽀로)

2017. 5. 3. 17:18행복했던 결혼 준비



상견례한지가 벌써 일주일도 넘고 이주가 다 되어가는데 이제야 포스팅을 남겨요! 그동안 동생생일, 부모님결혼기념일, 친구결혼식 때문에 출국, 웨딩플래닝 및 디렉팅 상담 등등 너무 바쁘게 살았어요. 하루에도 몇 번씩 생각이 달라지고 힘들어하고 가족들과 남자친구가 위로해주고... 그러면서 시간이 정신없이 지나갔네요.

저번에 포스팅을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남자친구 부모님은 창원에, 제 가족과 남자친구는 대전에 있어요. 남자친구 부모님(이제 예비시부모님이라고 호칭해야할까요?)께서 배려해주신 덕에 대전에서 상견례가 이루어졌어요. 대전 상견례 장소라고 치면 많은 곳이 나오지만 믿음직한 곳은 몇 군데 없었죠. 그래서 예비시부모님이 일식을 좋아하신다고 하시고, '삿뽀로' 상견례상 꾸밈을 보고 바로 '삿뽀로'로 결정했었습니다!

두근두근 상견례 전 날. 남자친구랑 만나 결혼식 장소 탐방을 다녀오는 길에 느닷없이 상견례 대비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은게 맘에 너무 걸리는거에요. 다들 뭔가 준비한다고 하던데..... 너무 부담스럽지 않게, 하지만 뭔가 없어보이지 않는! 그런걸 준비해야겠다 싶었어요. 일단 남자친구랑 상의 끝에 양가 부모님께 각자 드릴 편지를 쓰기로 했어요! 그리고 이바지 떡은 아니지만 그런 느낌의 떡을 준비하기로 했죠.

먼저, 예쁜카드! 남자친구가 가끔 저에게 꽃을 사다주었었는데, 그 곳에서 드라이플라워로 장식된 카드를 보았다고 말해주었어요. 남자친구가 기념일이면 '꽃밭'에서 미리 카드를 주문해 써줬었는데 지금은 그럴 시간이 없었어요. 우린 바로 카드를 사러갔죠. 충대에 있는 '로데오 플라워'인데 이 자리를 빌어 사장님께 감사인사를! 저 스스로 까다롭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근래에 엄청 까다로운걸 점점 깨닫고 있었는데, 역시나 이미 준비되어 있는 카드 중에 맘에 쏙 드는게 없었어요. 일단 저희는 접는 카드가 필요했는데 엽서식 카드만 준비되어 있었거든요. 사장님께 솔직히 말씀드렸더니, 바로 작업실로 저희를 데리고 가셔서 제가 맘에 들어하는 꽃으로 그 자리에서 카드를 만들어 주셨답니다. 특별한 카드인만큼 특별한 꽃이 필요할 거라며, 프리저버드 꽃을 추천해주셨어요. 드라이플라워는 예쁘지만 부셔지기 때문에 보관이 어려운데, 프리저버드는 특별한 처리를 해서 반영구적으로 보관이 가능하다고 말씀해주셨어요. 엄마가 수국을 좋아하셔서 탄생한 카드가 바로


이거에요! 너무 예쁘지 않나요? 제가 심플한 걸 좋아하는 걸 바로 캣치하시고, 깔끔하게 붙여주셨어요. 약간 허전할수도 있는 여백안 작은 문구를 쓰기 위해 남겨뒀어요. 사장님이 어찌나 좋으시던지 만드시면서 계속 말도 걸어주시고 신경써서 만들어주셔서 감사했어요!

만족스러운 카드를 구입하고, 평소에 엄마가 자주 가시던 떡집으로 갔어요. 노은동에 있는 고구려떡방...(아직도 이름이 헷갈리네요)인데, 여기 두텁떡이 맛있다고 그러셨던게 생각났었어요. 떡을 섞어 살까 말까 고민하다가 그냥 all 두텁떡을 했어요. 떡을 잘몰라서... 나중에 엄마한테 여쭤보니, 엄마한테 말을 하고 준비하지 그랬냐고 섞는게 더 좋다고 하시더라구요. 하지만 어쩌겠어요... 이미 늦었었기에........하하..... 떡집 사장님께 부탁드려 금빛 보자기로 예쁘게 포장을 부탁드리고 다음 날 찾기로 했었죠.

여기까지가 상견례 전 날 상황이에요! 적다보니 길어졌어요!

상견례 당일 날은 더 최악으로 바빴어요. 전 날 너무 피곤해 편지를 못쓰고 잔데다가 떡을 찾고 예비시어머니께 드릴 꽃을 사니 시간이 벌써 열두시가 넘어 버리더라구요. 식장을 아직 결정하지 못해서 실제로 결혼식이 열리고 있는 베뉴를 남자친구한테 보여주려고 남자친구를 데리고 식장 두 군데 투어를 하고, 점심도 대충 얼른 먹고, 카페에 가서 급하게.... 양가 부모님 카드를 썼어요.


꽃은 평소에 제가 좋아하는 꽃집, 노은동 '셀레브릿'에서 구입했어요! 이렇게 준비를 하고, 예비시부모님을 평소에 너무 못뵈었어서 상견례 전에 잠깐 뵙고 꽃드리고 인사드리고 헤어졌어요. 저희 부모님이랑 같이 상견례 장소로 이동해야되어서요.

약간 붐비는 시간을 살짝 피해보고자 다섯시반에 '삿뽀로'를 예약해서 저희는 다섯시 십분 쯤에 도착했어요. 그 전에 남자친구에게 우리가 호스트기때문에 먼저 도착해야한다. 그러니 절대 무슨일이 있어도 다섯시 반 전에 도착하면 안된다고 신신당부를 해뒀었죠.

두근두근 우리를 반기던 '대전 삿뽀로' 상견례 상을 공개할게요. ​


저 목각원앙이 뭐라고.... 이렇게 귀여울 수 있는 건가요!!! 저거 하나로 넘나 상견례 분위기가 나는 것!!! 너무 흐뭇해서 비슷한 각도인 사진을 많이 찍었네요. 저 상견례상은 본격적인 식사가 시작되면 치우세요. 그래도 서로 인사드리고 할 때 조금 더 격식있어 보여 좋았어요.

계산관련해선 미리 해두는게 좋단 팁을 보았고, 이미 저희 부모님도 알고 계셨어요. 대전에 있는 저희가 내는게 맞다고 보았고, 삿뽀로에 도착하자마자 데스크에 말했더니 센스있게 이해하셨어요. 그리고 저희 방을 전담으로 서빙해주신 분도 너무 좋으셔서 중간중간 분위기를 띄어주시기도 했어요.

많은 포스팅에서 상견례때는 긴장해서 밥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몰랐단 얘길 많이 봤었는데... 제 얘긴 아니었나봐요. 전 날부터 너무 바쁘기도 했고, 점심도 잘 못먹었고.... 남자친구랑 저는 완전 폭풍흡입했어요. 양가 부모님은 말씀 나누시느라 잘 못 드셨는데 진짜 저희가 다먹었어요ㅋㅋㅋㅋ
아마 양가 부모님 모두 좋으신 분들이고, 분위기가 좋았으니 가능한 일이었겠죠?

상견례전에 부모님이 하신 얘기가 있으셨는데, 남자친구 부모님을 뵙진 못했지만 남자친구가 좋은 아이라 당연히 좋으신 분들일거라고 하셨었어요. 정말 그 말을 확신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던 것 같아요. 또, 긴장해서 상견례 자리에서 말을 잘 못할 거라 걱정되던 남자친구는 반전드라마를 찍었어요. 그런 애가 아니었는데 농담도 하고, 저 책임지고 행복하게 해줄거라는 둥, 걱정마시라는 둥, 저보다 좋은 여잔 못만날거라고 항상 생각한다는 둥.... 얼굴 빨개지는 얘기를 마구 했어요. 근데 그게 싫지않고, 흐뭇하고 너무 좋았어요! 이 남자가 날 책임질거라는 말을 양가 부모님 앞에서 하는데.. 정말 평생 함께할 남자구나 라는 확신이 생기는? 그렇게 훈훈한 분위기 속에서 상견례 3시간......을 마쳤습니다.

아마 이 글을 보시는 많은 분들이 상견례 준비를 하고 계시겠죠? 상견례 장소도 걱정되고, 선물도 고민이고, 호칭도 어떻게 해야할지 어색하고, 또 무슨 이야기를 나눌지도 찾아보구요. 저희도 그랬어요. 그런데 막상 닥쳐보니 우리 걱정은 기우 뿐이었어요. 다들 그러실거에요! 좋은 사람을 만나 그 좋은 사람을 기르신 분들을 만나는거니깐요! 아마 저희처럼 밥도 너무 잘드실거에요!

상견례는 결혼 준비의 시작을 알릴 뿐, 더 큰 난관들이 온다고 하는데... 현명하게 극복할 수 있는 예비부부가 되어보려고 합니다.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들 모두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