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이유없이 위로받고 싶은 날

2018. 3. 1. 08:32내가 사랑하는 삶




에어비앤비 호스트에게 조금 화가 난 상태를 빼면 보통날과 다르지 않은 오늘. 난 위로 받을 일이 없었다.



위로 받아야 하는 상태가 아니기에 위로 받을 일이 없는 것. 



평소처럼 노래를 들으며 일을 하려고 유투브를 켰다. 추천 목록에 뜬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드뷔시 '달빛'. 이제 저녁 6시가 되어가는 보스턴은 이미 캄캄해졌고, 어쩐지 창밖의 보스턴은 아름답게 반짝이고 있었다. 그리고 며칠 전 보스턴 근교에서 있었던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공연을 늦게 알아 가지못한 아쉬웠던 기억이 났다. 그저 여러개가 겹쳐 무심코 클릭한 조성진 드뷔시 '달빛'



위로받을 일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위로받고 말았다. 차분한 피아노 소리에 하마터면 울컥 눈물이 나올뻔 했다. 가슴이 촉촉해지고 '그래 괜찮아. 쉬어도 돼'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세 번을 반복해서 듣는 것도 아쉬워서 스피커대신 헤드폰을 집어 들었다. 



2015년 질투하는 사람들에 치여 힘들었을 때 나에게 위로가 된 건 결국 클래식 음악이었다. 다룰줄 아는 악기도 없고, 많이 듣지도 않을 뿐더러 잘 알지도 못하는 클래식 음악에 위로를 받았었다. 내 차에 타는 친구들이 너는 무슨 차에서 클래식을 들어? 라고 물으면 우스갯소리로 음악이라도 사람 소리가 듣기 싫어서라고 답했었다. 그때 나는 Sviatoslav Richterd의 연주를 많이 들었던 것 같다. 



지극히 평범하고 지극히 괜찮은 오늘. 나는 위로받았다. 다독여졌다. 아주 작은 우연들이 겹쳐 나를 위로해준다.



평범한 하루를 보냈지만 괜시레 위로받고 싶어진 사람들이 평범한 나의 일기를 본다면 나와 같은 음악을 듣고 같이 위로받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