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기록: 크리스마스 이브에 '호두까기 인형 The Nutcracker' 보스턴 발레공연

2019. 1. 5. 15:14문화생활 기록



크리스마스 이브에 발레공연

호두까기 인형 The Nutcracker

Boston Opera House



크리스마스 이브에 근사한 레스토랑도 너무 좋지만 집에서 남편이랑 오붓하게 이것저것 해서 먹기로 결정한 뒤 어떻게 조금 특별하게 보낼 수 있을지 고민했다. 그러다 우연히 보게 된 '호두까기 인형 발레 공연'. 뮤지컬을 훨씬 좋아해 발레는 몇 편 보지 못했지만 호두까기 인형은 다양한 무대 연출과 익숙한 차이코프스키 음악들로 재밌게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표를 알아보는데 24일 좋은 자리 암표가 800불하는 것도 봤다. 다행히 공식페이지에서 나쁘지 않은 자리의 두 좌석을 오피셜 프라이스로 살 수 있었다.



프랑스풍과 이태리풍을 잘 섞어 지었다는 보스턴 오페라 하우스. 겉에서 볼 때는 평범한 극장인거 같은데 내부는 정말 화려하다. 티켓 현장 수령 Will Call로 주문하여 오페라 하우스에 30분 정도 일찍 도착했다. 아이들까지 깔끔한 정장을 입고 온 걸 보니, 너무 사랑스러웠다. 



엄청나게 넓은 홀은 아니지만 여러 개의 샹들리에와 대리석 기둥, 골드 장식까지! 동생과 여름에 알라딘보러 왔을 때도 참 우아하고 아름다운 곳이라고 생각했는데, 여전했다. 겨울에오니 곳곳에 트리까지 있어 크리스마스 이브 분위기를 더 살려준다.



주로 아이들이 귀여운 곰인형과 사진을 찍으려고 줄섰다. 하지만 나는 마음만은 순수하니깐^^^ 이라며 당당하게 줄섰는데, 티켓 수령까지 하고 나서 줄 서서 기다리니 공연 시작을 알리는 신호가 왔다.(보스턴 오페라 하우스에서는 전체 조명을 깜빡 깜빡하는 걸로 공연시작 임박을 알린다.) 그래서 바로 코 앞에서 인형들이 기념사진을 마무리하고 돌아갔다. 나중에 무대에 이 인형들이 나오는 걸 미리 알았더라면 더 빨리 와서 꼭 찍었을텐데... 아쉽다.



대신 남편이 사람들이 입장하느라 조금 빠진 사이 이렇게 예쁘게 사진을 찍어줬다. 고마워!



우리 자리에서 보이는 무대. 오랜만에 본 공연은 그야말로 나의 마음을 풍족하게 해줬다. 어릴 때 러시아에서 본 발레공연은 어쩐지 나에게 조금은 지루했다. 그런데 나이가 들어 본 발레 공연은 어떻게 사람이 저렇게 우아하게 움직일 수 있는지, 사람이 만들어 내는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보여주었다. 무대 연출도 너무나도 훌륭했다. 클라라가 작아지는걸 트리가 거대해지는 것으로 보여줬는데 그 표현은 정말 장관이었다. 말 한마디 없는 발레공연에서 아는 내용 + 추측이 함께 어우러지니 잠시도 지루할 틈이 없었다. 화려한 무대의상과 무대미술은 말할 것도 없었다. 차이코프스키의 곡들도 더 살갑게 감상할 수 있었다. 그리고 1막의 Snow Queen이 우리나라 발레리나였다. 한서혜 발레리나! 너무 감동받아 인터미션때 리플릿을 봤더니 예쁜 한국 이름. 이루 말할 수 없이 모든게 너무 감동이었다. 공연이 끝나자 온 몸에 오싹오싹 소름이 돋았고, 말을 하려니 울컥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내용이 슬퍼서는 아니니, 왜 그랬을까? 너무 오랜만에 본 예술이 좋았던 거 같다.



공연이 끝나 밖에 나오니 거짓말같이 눈이 내리고 있었다. 올해 처음으로 보는 눈이었다. 눈이 온다고 호들갑 떨었더니 남편이 넌지시 날 위해 준비했다고 한다. 귀여운 내사랑같으니라고. 너무나도 그야말로 완벽한 화이트 크리스마스 이브를 보냈다. 매년 크리스마스 이브에는 호두까기 인형을 봐도 좋을 것 같다.